▶ 히스패닉·흑인 사회 직접 찾아 유세 강화 계획

미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A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의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이민정책과 관련한 강경 또는 완화 카드 가운데 어떤 것을 꺼내 들지 고심하는 모습이다.
올해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히스패닉 유권자의 표심을 놓고 트럼프가 줄타기를 하는 모습이 고민의 정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23일 CNN과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밤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가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민정책의 완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미국에서 법을 준수하고 오랜 시간 자식을 기르면서 거주한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 법을 바꿀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트럼프는 "사람들이 다치는 것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이민정책의) 완화가 확실히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서 20년간 대단한 일을 하며 산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와 가족들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아니면 내쫓아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트럼프는 다만 이민정책의 완화와 관련해 더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텍사스에서의 트럼프 발언은 공화당 대선후보가 되기 전 경선 내내 강경한 이민정책을 내세운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트럼프는 경선 과정에서 1천100만 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고 멕시코와 맞댄 국경에 장벽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지난 20일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히스패닉 대표단과 전격 회동에 나선 이후 트럼프의 강경책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트럼프가 회동을 계기로 일부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합법화 조치를 고려하고 있으며 25일 콜로라도 주 유세 때 관련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는 보도가 일제히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트럼프 측은 즉각 이를 부인했다.
트럼프는 더 나아가 22일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불법으로 입국하는 사람들을 다룰 때는 매우 단호하고 강력해야 한다"며 불법 이민자 추방조치 완화설을 일축했다. 이민정책 관련 내용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 콜로라도 주 연설도 연기됐다.
불법 이민자에게 강경한 입장을 내비친 지 하루 만인 이날 직접 이민정책 '완화'를 거론하자 트럼프가 히스패닉 표심을 놓고 줄타기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트럼프는 히스패닉 등 소수인종 지지율에서 민주당의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에게 압도적으로 밀린다는 점에서 이들을 껴안아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트럼프는 동시에 완화된 이민정책을 내놓으면 기존 강경책에 이끌린 지지층의 이탈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인다.
트럼프 캠프의 좌장 격인 제프 세션스(앨라배마) 상원의원은 CNN에 트럼프가 "이 문제(이민정책)와 씨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합류한 켈리앤 콘웨이 선대본부장은 트럼프의 입장이 "원칙적으로 (이전 공약과) 정확히 같은 것이며 방법상의 문제"라면서도 "트럼프가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조언을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AP통신은 "트럼프의 숙고는 본선 경쟁이 달아오르면서 공화당 경선에서 지지 기반을 넓히려고 사용한 분열적인 정책에서 트럼프가 이탈한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트럼프는 클린턴과의 지지율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자 최근 히스패닉과 흑인 유권자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그는 히스패닉 대표를 만나기 하루 전인 19일 미시간 유세에서 민주당이 흑인들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흑인 계층의 빈곤과 실업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가 그동안 방문을 꺼린 흑인과 히스패닉 사회를 직접 찾아 유세를 벌일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그동안 방문을 꺼린 흑인과 히스패닉 사회의 자립형 공립학교(차터스쿨)와 영세기업, 교회 등을 앞으로 수주일 내에 찾을 것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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