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레이지 오토스’ 허진 사장
▶ 12년째 한국전 참전용사에 25일 하루 무료 식사 대접

올해로 12년째 6.25를 맞아 한국전 참전용사들에게 보은의 식탁을 차리고 있는 ‘크레이지 오토스’의 허진 사장. [연합]
"한국전 참전용사들께 감사드립니다. 당신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 우리는 여기에 없었을 것입니다"
LA 카운티 북부의 랭캐스터에 본점을 두고 인근 발렌시아와, 액턴, 로자먼드 등에 5개 분점을 낸 레스토랑 '크레이지 오토스'(Crazy Otto's)의 허진(56) 사장은 올해도 어김없이 지역 일간지 '앤틸로프 밸리 프레스'에 이같은 내용의 광고를 냈다.
지난 19일자에 실린 이 광고는 "한국전쟁 참전용사는 누구나 25일 하루 동안 모든 '크레이지 오토스'에서 무료로 식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허씨가 매번 신문에 광고를 내고 참전용사들에게 무료 식사 초대를 한 것이 벌써 12번째다.
그러나 올해는 하마터면 '보은의 식탁'을 차리지 못할 뻔했다. 허 사장은 최근 대학 졸업을 앞둔 막내아들을 사고로 먼저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다.
아내 전은옥(54)씨와의 사이에 3남을 뒀던 그는 "솔직히 지난해보다 모티베이션이 같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감사한 마음으로 해왔던 일을 멈출 수는 없지 않습니까"라며 애써 슬픔을 감췄다. 그러면서 "큰아들 리처드(27)가 부모를 위로한다고 대학 편입을 결정해 그나마 다행"이라며 "다시 힘을 내 참전용사를 모실 수 있었던 것도 장남 덕분"이라고 말했다.
리처드는 해병대원으로 아프가니스탄전에서 탈레반과 전투를 하다 부상해 돌아온 후 다시 해병대로 복귀하려고 열심히 치료 중이었다. 하지만 동생을 잃고서 부모의 걱정을 덜어주려 진로를 바꿨다고 한다.
허씨는 올해는 별도 행사는 없이 음식만 대접한다. 지난해에는 84명의 참전용사에게 '평화의 사도 메달'을 대신 전해 달라는 LA 총영사관의 부탁을 받아 지역 정치인은 물론 언론들까지 식당을 찾아와 제법 규모 있는 행사로 치러졌었다.
허 사장은 한국전쟁 발발일인 6월25일에만 참전용사를 모시지는 않는다. 매주 화요일 아침마다 랭커스터시의 본점에서 '노병을 위한 커피'라는 이름으로 참전용사와 모든 재향군인에게 음식과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그의 이런 행보는 '크레이지 오토스'에 참전용사가 많이 찾아오면서 시작됐다. 음식 맛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뭔가 좋은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참전용사들을 초청한 것이다. 특히 아들이 부상해 돌아온 후 동병상련을 느껴 참전용사들에게 더 각별하게 마음을 썼다고 한다.
1982년 미국에 이민 온 허씨는 여러 차례 사업에 실패하다 인수한 식당이 고객의 사랑을 받으면서 자리를 잡았다. 그의 식당은 지난 2003년 LA 카운티가 선정한 '가장 미국식 아침이 맛있는 식당'에 뽑히기도 했다. 현재 그는 랭캐스터시의 커미셔너로도 활동하고 있다.
허씨는 "참전용사들의 참석자 수가 점점 줄어들어 올해만도 3명이 세상을 떠났다"며 “우리가 미국에 와서 이만큼 살게 된 것도 다 참전용사들의 덕인데 마지막 한 사람의 노병이 남을 때까지 '보은의 식탁'을 차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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