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실한 교육과정과 졸업 후 비관적 취업 전망 맞물려”
미국에 유학 온 중국 학생들은 부유층이나 특권층 자녀라는 생각은 이제 편견에 불과하다. 평범한 중산층 출신 학생의 미국 유학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 중국 대학들의 부실한 교육과정과 대학 졸업 후 취업에 대한 비관적 전망으로 인해 중국 중산층 학생들의 미국 유학이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의 대학능력 평가시험인 가오카오(gaokao)를 치르는 학생 수는 지난 2008년 1천50만 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그 수가 점차 줄어 지난해에는 940만 명이었다.
반면, 지난해 미국 대학에 등록한 중국인 학생 수는 30만4천 명을 넘어섰다. 이는 2008년과 비교하면 거의 세 배가 증가한 수치다.
중국 정부가 교육 정책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엘리트 교육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중국의 교육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의 교육 관련 지출 대부분은 100대 주요 대학에 집중돼 있다. 다른 대학들은 거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중국 교육의 문제점을 파헤쳐온 천핑위안 베이징대 교수는 WSJ에 “중국의 교육 정책은 스포츠 정책과 거의 같다”면서 “중국은 올림픽에서 많은 메달을 따지만, 국민 체육은 엉망이다. 스포츠의 목적은 메달이 아니라 전반적인 체력 향상 아닌가. 똑같은 현상이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학생들은 글로벌 시대에 맞지 않는 학교의 교육과정에도 불만이 많다. 특히 학생들은 자유로운 학습이 허용되지 않는 엄격한 규율, 한 기숙사에 10여 명이 들어가야 하는 과밀 환경, 그리고 사회주의 이념과 마오쩌둥 사상 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 당국의 교육에 큰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소위 ‘핵심 사회주의적 가치’를 심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온 시진핑 주석 취임 이후 더 강화됐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 교육 당국은 지난해 대학들에 중국식 사회주의를 계승 발전시키는 학교의 교육과정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중국 교수들은 증언했다.
심지어 학생과 교사들은 페이스북이나 구글 스칼라와 같은 웹사이트에도 접속할 수 없다고 한다.
중국 장쑤 성 양저우에 사는 왕유는 이런 중국의 대학생활에 불만이 크다. 양저우 대학에 재학 중인 그녀는 마르크스주의와 군사학 이론을 의무 과정으로 이수하고 있다.
영어교육학을 전공하는 왕유는 “중국 교육은 우리가 과거에 얼마나 강했는지를 가르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과목을 대부분 선배의 노트에 의존해 시험 전 벼락치기 공부를 하고 있다"면서 "암기할 것은 많지만, 창의적은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물론, 웬만한 중국인들에게 미국 유학은 아직도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아니다. 공장 노동자의 딸인 왕유도 “해외 유학은 네게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그러나 왕유와 같은 도시에 살고 있던 판 위에(20)는 지난해 미국 유학을 감행했다. 그의 부모님 역시 자동차 부품 공장 노동자일 뿐이지만, 끈질긴 설득 끝에 지금은 어바인에 있는 캘리포니아 대학에 다니고 있다.
한편 WSJ는 대학 졸업 후의 전망이 암울한 것도 평범한 중국인 중산층 출신들의 미국행을 부추기는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여름 중국의 대학 졸업생은 750만 명으로 2000년 이후 거의 8배나 증가했다. 대졸자가 증가하면서 이들은 취업 기회를 잡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대졸자의 초임도 불과 3천487위안(미화 539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건설분야 이주 노동자의 임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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