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분야의 전문가임을 자처하는 누군가는 온전히 깨어 극한의 몰입과 집중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고, 같은 분야에서 만만치 않은 명성을 얻고 있는 누군가는 집중하던 일에서 돌아서 멍을 때리라 한다.
두 심리학자가 발간한 책은 각각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며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굳이 따지자면, 그 두 길이 추구하는 바는 다르지 않다.
그들은 각 개인 안에 잠재되어 있는 능력의 극한치를 경험함으로 자존감을 높이고 인생의 행복을 찾으며, 더 나아가 사회적 성공에까지 이르자고 강조한다. 멍 때리기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 역시 경쟁력 있는 인간 본연의 창조성 회복이다.
사회적 성공 혹은 부의 축적, 언젠가부터 이런 것들이 인간이라면 응당 추구해야할 보편적 가치로 자리 잡은 듯하다. ‘선’ ‘정의’ 같은 형이상학적 가치와 논리들은 더 이상 아무도 읽으려하지 않는 고서적 취급을 받게 된지 오래다.
‘행복’을 주창하는 듯하지만 결국 사회적 성공, 더 솔직히는 경제적 성공을 동경하고 또 추구하게끔 유도하는 사회풍토에 거름을 주는 이런 이론과 견해들에 가끔은 “그만!”을 외치고 싶어진다.
‘홍수 속에 마실 물 없다’는 말이 있다. 인간을 위하는 듯한 홍수와 같은 의견들 사이에서도 여전한 갈증을 호소하듯 여기저기 위로를 찾고 구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쓸데없이 넘쳐나는 논리와 정보에 정신이 팔려 정작 우리의 존재를 살릴 이야기들에는 귀를 기울일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염려하게 된다.
이런 종류의 서적에 대한 과도한 관심과 애정이, 수많은 정보 습득을 통해서도 채워지지 않는 깊은 존재적 허탈감을 반증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꼭 자신의 행위를 통해서만 존재를 확인받고 또 증명해야 하는 걸까. 존재의 가치는 오직 성과물에 의해 측정되는 것일까. 의구심, 때때로 반발심까지 들기도 한다.
많은 이론가들이 우리의 무지와 게으름이 선천적으로 내재된 가능성의 온전한 발현을 방해한다며 겁을 주기에 바쁘다.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을 내세워 각종 사회채널이 직간접적으로 설파하는 유사한 주장들은 숨쉴 틈 없이, 하늘 한번 쳐다볼 여유없이 우리를 극한의 생존게임으로 밀어 넣고 있다.
하지만 무엇이 옳은 것인지 누가 단정할 수 있을까. 한번 뿐인 인생,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 꼭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그것이 경제적인 목표에 집중된 삶이라도 말이다.
경제적인 능력이 주는 여유는 때때로 빡빡한 자신의 일상에서 도움이 필요한 주위 사람들에게로 눈을 돌리는 동력이 되기도 하지 않은가.
이제 우리는 무엇을 자문해야할까. 무엇이 스스로의 삶에 불만을 품게 하는 세상의 잔소리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며, 우리는 언제쯤 너무나 당연한 서로의 욕망에 대한 담론을 스스럼없이 나누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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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유미/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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