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는 게 자랑은 아니다. 그리고 공공연히 나이를 언급하는 것 또한 한국에서만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엄밀히 말하면 나는 아직 38살이다. 우리나라 외에는 태아 때의 나이를 셈하지 않으니 국제 기준으로는(생일이 지나지 않았으므로) 38살이고, 한국 나이로는 마흔이다.
그럼에도 흔히 말하는 불혹의 나이에 들어선다는 생각에 마음가짐이 여느 해와 조금 다름을 느낀다. 마음뿐만 아니고 몸도 마흔이 되어감을 느낀다. 새치라고 우겨왔던 흰머리가 한두개 솟아나고 있고, 체력도 당연히 예전만 못하다.
그에 따라 뭔지 모를 조급함과 무엇을 향해서 살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을 찾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져만 간다. 하지만 마흔이란 나이가 과연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생각하며 슬퍼할 나이일까.
한국에서 40대 인구는 총 인구수의 17.2%이며, 이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연령대다(통계청 자료: 2015년 12월 현재). 즉,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있다.
나라의 경제와 정치를 이끌어가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나이이기도 하고, 인생에 대한 관록도 조금씩 생겨가는 나이. 그래서 미혹됨이 없는 나이, 불혹(不惑)이라고 하지 않는가. 물론 미혹됨이 없는 나이가 되기엔, 한없이 부족한 스스로를 발견한다. 그럼에도 지나온 날보다 좀 더 잘 살아낼 수 있을 것 같은 묘한 자신감이 조금씩 생겨나기도 한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20-30대에는 좀 더 외부로 향해 있었다면, 이젠 조금씩 그 시선이 내 안으로 향하고 있음을 느낀다. 시선이 외부로 향하고 있었던 때에도 내 삶을 단순히 타인의 기준에 맞추어 살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그런데도 결론적으로 내가 속한 사회 속에서 내가 존재하고 있는 위치를 배제해 생각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주관이 강한 것과, 온전히 내 인생에만 집중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는 것. 마흔이 될 무렵에야 알게 되었다.
2-3년 쉬었던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억지로 나이를 거슬러 젊게 살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일로 쉽게 지치지 않고, 조금씩 잃어가던 활기를 찾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근육이 생겨야 덜 우울할 수 있고 더 많이 걸어다닐 수도 있다.
그리고 이직 등 생활의 변화에 적응하느라 일년 정도 쉬었던 공부도 다시 시작할 생각이다. 자격증이든 학위든 아니면 그냥 자습이든, 끊임없이 공부하며 모르던 지식 또는 세상을 알아가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큰 기쁨 중에 하나가 될 것이란 사실을 내가 20대에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래서 인생은 한번쯤 살아볼만 하고, 천재들의 박명을 미화하거나 부러워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이제 좀 더 본격적으로 내 삶을 살아내 보고 싶은 나이, 내 나이 마흔을 맞을 준비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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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 소셜 네트워크 회사 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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