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빼야지, 취직 해야지, 명문대에 들어 가야지, 돈을 많이 벌어야지 등등으로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목표를 세우고 다짐한다. 목표를 세운다는 것은 자신의 결핍이나 문제를 깨달았다는 뜻이요, 다짐하는 것은 그 결핍을 채우려고 끊임없이 욕망하고 분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
“목표를 적어라, 상세하게 적어라, 주변의 사람들에게 그것을 말해라, 마감일을 정하라, 기대하는 결과에 대해 적고 마음 속으로 그려봐라” 등등 목표도달에 관한 이런저런 방법론을 섭렵하고 연초에 출발한다. 그렇지만, 연말에 이르면 어제의 목표와 오늘의 현실 사이에 놓인 괴리를 보고 신음하기 바쁘다.
올해는 기필코 살을 빼겠다고 3ㆍ1절까지3파운드, 어머니 날까지5파운드, 독립기념일까지7파운드, 추석까지10파운드, 크리스마스까지12파운드를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연초에100명이 그런 목표를 세우고 출발하면 연말에7명 정도가 목표에 이른다.
나머지93명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화살이 날아갈 때 공기라는 저항이 존재하듯, 의지력을 발휘하려는 순간 유혹이라는 훼방꾼이 나타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하겠다는 다짐은‘5분만 더’라는 달콤한 잠에 밀리고,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결심은 도너츠와 아이스크림 앞에서 무너지고, 책을 읽겠다는 맹세는TV앞에서 덮이고, 많이 걷겠다고 큰소리치지만 건물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파킹을 찾느라 맴돈다.
아주 작은 모습의 유혹 또한 만만치 않다. 오늘 하루 담배 한 개피를 피운다고 건강을 해치지 않고, 케잌 한 조각 더 먹는다고 급작스레 살이 오르지 않고, 하루 빠진다고 직장에서 해고 당하지 않기 때문에 목표점으로 향하는 방향이 조금씩 뒤틀리기 시작한다.
때로는, 비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함으로 그르치기도 한다. 그 결과 개인적으로는 자책감, 사회적으로는 스캔들이 돌아온다. 2012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모터쇼에서 폭스바겐의 최고경영자 빈터 코른은 자사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5년까지 30%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폭스바겐 기술진은 그것이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최고경영자에게 감히 알리지 못했다. 결국, 목표를 이루기 위해 기술진이 선택한 것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데이터를 조작하고, 연비를 높게 보이기 위해 타이어 압력을 조정하고, 엔진오일에 디젤을 섞는 등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다.
아무리 능력과 실정에 맞추어 실현 가능성이 있는 목표를 설정한다고 하더라도 목표와 의지 자체는 행동으로 옮기는 능력이 없다. 그 둘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새해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목표와 의지가 아니라 새로운 습관이다. 오늘 행동은 어제 습관의 산물이요, 내일 행동은 오늘 습관의 결과다. 결국, 목표 설정과 의지력 부족이 아니라 반복되는 행동부족이 연초와 연말의 괴리를 만드는 셈이다.
행동부족으로 점철된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목표를 이루는 방법론이 아니라 오늘이 순간 좋은 습관을 키우는 비법이다.
그것은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잘 가르쳐 주고 있다. “앞날이 걱정된다고 했소? 난 어제 일은 어제로 끝나오. 내일 일을 미리 생각하지도 않소. 나한테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뿐이오. 나는 늘 나에게 묻소. ‘자네 지금 뭐하나?’ ‘자려고 하네.’‘그럼 잘 자게.’ ‘지금은 뭘 하는가?’‘일 하고 있네.’ ‘열심히 하게.’ ‘지금은 뭘 하고 있나?’ ‘여자랑 키스하네.’‘잘 해보게. 키스할 동안 다른 건 모두 잊어버리게. 이 세상에는 자네와 그 여자 밖에 없는 걸세. 실컷 키스하게.’”
<
대니얼 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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