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때가 다가오니 오래전 미국에 와서 첫 크리스마스를 보내던 때가 새삼스럽게 그리워진다.
한국에 있을 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면 집집마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집에 갖가지로 장식하고 흰눈이 내리는 밤에 사람들이 불이 켜져 있는 교회로 들어가는 모습들이 꿈속에서 보는 듯 했다.
미국 와서 처음 얼마동안 집도 없고 직장도 없고, 마음이 그토록 쓸쓸할 수가 없었다.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등 큰 할러데이를 맞을 때는 마음이 왜 그렇게도 쓸쓸해졌는지 모르겠다. 가진 것은 없고 앞길이 막막해 짐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나는 이럴 때 일수록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 다스렸다.
하루는 크리스마스 샤핑을 가자고 제안하고 온 식구가 샤핑 몰로 가서 그 안에 들어서니 상점마다 번쩍번쩍하게 장식을 해 놓고 귀에 익은 크리스마스 캐롤이 흘러 나왔다. 나의 마음은 어느새 흥분이 됐다.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지나다가 어느 쵸코렛 상점에 이르렀다.
진열대에 놓인 그 많은 쵸코렛을 신기한 듯 돌아보고 있을 때 아름답게 흘러나오는 캐롤속에서 쵸코렛이 막 녹아내리는 듯 느껴졌다. 입맛을 다셔봤다. 무척이나 달고 향긋한 맛이 입속에서 감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식구들에게 선물로 이 달콤한 쵸코렛을 주기로 결정하고 여섯 가정에 나누워 줄 큰 여섯 상자의 쵸코렛을 겁도 없이 주문하고 큰 지출을 했다. 내 형편에 맞지 않는 돈을 썼지만 마음만은 그토록 기쁠 수가 없었다. 내가 산타크로스가 된 기분이어서 그런지 마음이 흡족하고 흐믓했다.
지금도 “참! 정신도 없었지, 어떻게 그때 내 형편에 맞지 않는 그 큰돈을 주저함도 없이 지불했을까”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사랑하는 나의 가족을 위해서 썼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이 흘러가면 하고 싶은 것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온 식구가 자동차를 타고 이곳저곳 구경하러 다니다 보면 볼거리가 꽤 많았다. 심지어는 지붕위에도 오색찬란하게 장식을 많이 하고 집집마다 유리 창안으로 들여다보이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아름답게 장식되어 마치 우리가 동화 속에 주인공이 된 듯 꿈을 꾸는 듯 했다. 그러나 요즈음은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서 그런지 그런 모습이 점점 희미해져 가는 듯해 안타깝기도 하다.
내 손에 돈이 있을 때는 할러데이가 즐겁기도 하겠지만, 가진 것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고통스럽고 슬퍼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멀리서 찾지 말고, 내 주위에 그토록 고통 받는 사람이 있는지 돌아보며 아름다운 이 절기에 서로 도와주고 나누면서 서로 위해주는 따뜻한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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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자 포토맥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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