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은행이라고 문자와 전화가 와도 믿을 수가 없네요”올해 벌써 세 번째로 데빗카드를 해킹당한 한인 정모(26)씨는 기존 거래하던 은행에 있던 예금을 모두 인출하고 다른 은행 계좌를 열면서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정씨는 “월급을 넣은 당일 새벽에 은행에서 카드를 정지한다는 문자가 와 거래내역을 확인해 보니 애리조나와 텍사스 등지에서 총 700여달러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즉시 은행에 신고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지만 찜찜한 기분에 그대로 밤을 샜다”고 토로했다.

그는 “올초 해킹을 당해 복제위험이 적다고 하는 IC(집적회로) 카드로 바꾸고 계좌번호도 새로 만들었는데 또 다시 같은 피해를 당했다”며 “이미 내 정보가 모두 노출된 것 같아 문제의 은행 어카운트 자체를 닫아버렸지만 어디선가 내 신분을 도용한 범죄가 일어날 것 같아 불안할 따름”이라고 우려했다.

이처럼 스마트폰과 온라인을 활용한 간단 결재 시스템이 인기를 끌면서 단말기에 복제장치를 설치해 정보를 빼내는 소위 ‘스키밍’ 피해도 계속 늘고 있어 개인 정보 보안에 더욱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벤모’나 ‘캐시’ 등 이메일과 전화번호, 카드번호만으로도 송금이 가능한 P2P 형식의 스마트폰 앱이 활성화되며 악성코드나 해킹에 무분별하게 노출돼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같은 해킹 관련 피해가 늘어나며 고객들이 은행에서 제공하는 정보 자체를 믿지 못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형은행 상담가는 “의심되는 카드 내역이 발생해 고객에게 전화를 걸면 은행과 송신자의 신원을 묻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카드 리더기에 스키머를 설치해 해킹을 하던 기존 수법보다 훨씬 간편하게 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며 “카드를 사용할 때에는 언제나 한 번 더 주위를 둘러보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