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교사로 일해 온 엄마는 저도 엄마처럼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길 바라세요. 그래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데, 그게 제가 원하는 길인지 잘 모르겠어요. 다른 직업도 가져보고 싶은데, 그래도 공무원이 되는 게 맞는 걸까요?”얼마 전 서울의 한 여자대학에서 회사 업무와 커리어에 대한 강연을 한 후에 받은 여러 질문 중 하나다. 취업이 어려운 만큼, 취업과 직장 선택에 대한 젊은 이들의 다양한 고민들을 들을 수 있었다.
요즘 젊은 세대는 앞으로 백년쯤 더 살아갈 사람들이다. 그런 만큼, 20-30년의 안정성에만 치우치지 말고, 다양한 배움과 경험을 통해 백년 동안 내 인생을 주체적으로 책임지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했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 어떤 선택이 더 현명할지를 생각해보라는, 무척 원론적인 답변 외에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
누군가의 인생에 제3자가 어떤 답을 내려줄 수 있을까. 어떤 작은 영향을 미치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그들의 인생에 대해 내가 무얼 안다고. 엄마가 원하는 대로 따라간다고 해서 그 길이 꼭 나쁜 길도 아닐 것이다.
한편으로는 왜 엄마가 원하는 길을 가려고 할까에 마음이 쓰였다. 대학생이, 스무 살도 넘은 성인이 어떻게 엄마가 원한다고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을까? 원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 말이다. 아마 스스로도 불안해서 그럴 것이다.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그러다보니 우리는 안정에 목을 맨다. 그렇다면 그 안정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다면 그 인생은 안정적인가. 아무리 경제적으로 안정되어도 심리적, 정서적 불안 상태라면 그 삶은 안정적일 수 있을까.
큰 변화 없이 안정적인 업무를 맡아서 이삼십년 해간다면, 새로운 업무나 경험에 대한 욕구가 솟구치지 않을까. 과연 그런 상태를 우리는 안정이라 부를 수 있을까.
인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경제적 안정 하나만으로 삶이 안정적이 되지는 않는다. 물론 그렇다는 것을 부모도 알기에, 경제적인 안정, 그거 하나만이라도 자녀가 해결해 놓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일거란 것도 알겠다.
하지만 인생은 안정보다는 모험, 제자리보다는 가보지 않은 자리, 해본 일보다 안해 본 일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 무언가를 계속 더 배우는 것이 꼭 인생의 목표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삶이 무료해지고 무의미해지는 지점은, 내가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다고 느끼는 바로 그 순간이다.
그리고 20대라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그때만이라도 제발 좀 살아보길 바란다. 30대가 되고 40대가 되면,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기를 간절히 바라더라도 그렇게 살지 못하는, 현실적인 이유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안정이라는 말은, 삶을 다 살아내고 죽기 직전에야 내 가슴속에 담길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 전에는 언제나 모험이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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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 소셜네트웍 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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