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년, 매년 뉴욕에서 열리는 부활절 퍼레이드는 다른 해와 좀 달랐다. 수십명의 여자들이 함께 걷다가 품속에 감춰두었던 담배를 동시에 꺼내 불을 붙이고 피우기 시작했다. 그것은 ‘자유의 횃불’로 불렸고, 담배로 상징되는 남성성, 그전까지 금기시 되었던 여성 흡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동시에 깨부수는 행위였다.
이후 여자들은 미국에서 그리고 전 세계에서 당당하게 담배를 피워물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은 미국이 추구하는 자유와 평등의 상징이 되었다.
이 획기적인 일이 어떻게 일어났을까? 여자들이 정말 남성들만 담배를 피우는 게 못마땅하고 차별받는 게 싫어서 스스로 일으킨 일일까?사실 이 일은 담배 소비가 계속해서 늘지 않는 데 대한 담배회사들의 고민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고민을 해결해준 사람이 유명한 심리학자 프로이드의 조카인 에드워드 버네이스(Edward Bernays)였다.
인간이 가진 기저의 심리상태 즉, 통제하기 어렵고 본능적이고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힘을 가진 무의식에 주목한 프로이드의 이론을 에드워드는 ‘통제하고 조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무의식은 욕망이 있기 때문에, 그 욕망을 자극해서 충족시켜주고 보상하여 사람들을 통제하고, 이를 통해 돈까지 벌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의 아이디어로 선보인 ‘자유의 횃불’ 퍼레이드는 여자들에게 남자와 동등해진다는 심리적인 보상을 한 동시에 담배 소비를 무섭게 끌어올려 기업들을 만족시켰다. 물론 에드워드 자신도 어마어마한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
마음속 밑바닥에 깔려있는 감정에 대한 프로이드의 연구가 이렇게 조카인 에드워드에 의해 그때부터 상업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앞의 예에서 보듯 대표적으로 이용된 분야가 광고, 홍보분야다.
2차 대전까지 사람들은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샀다. 그러나 2차 대전이 끝나고 찍어낸 물건들이 소비되지 않자 기업들은 사람들이 물건을 더 사게 만들어야 했다. 필요하지 않아도 소유하고 싶게 만들어야했다.
그 욕망을 만들어주고, 그 욕망에 딱 맞는 상품을 갖게 만드는 일을 광고가 하게 된 것이다.
소비의 이유는 사회적 지위와 감정적인 행복감이라고 광고는 말한다. 이 차를 타게 되면 더 매력적이고 더 멋진 사람이 될 것 같은 기분, 저 브랜드의 시계를 차야 뉴욕의 빌딩가에서 일하는데 부끄럽지 않을 것 같은 기분. 광고는 그 기분을 만들고, 사람들은 그 기분을 위해 돈을 지불한다.
아마도 소비자단체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내 그럴 줄 알았다며 지금 나오는 광고들을 몽땅 ‘없는 사실을 만들어 조작하는’것으로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광고가 없는 얘기를 지어내지는 않는다. 단지 어떤 이야기에 더 주목하거나, 눈치 채지 못했던 부분을 수면 위로 올려놓는 것뿐이다.
내가 요즘 주목하는 광고는 나이키 광고다. 광고에서 추운겨울에 눈을 뚫고 나와 달리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보면 내 안의 에너지가 불끈 솟는다. 이건 나에게 ‘너도 할 수 있다’는 심리적인 자긍심을 준다. 얼마나 긍정적인가! 에드워드의 시작은 약간 불편했지만, 지금은 광고가 가진 긍정적인 측면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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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민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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