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 일이다. 우리 동네 강박사와 함께 마산을 갔던 일이 있었다. 마산 상공회의소와 우리 동네 상공회의소 자매결연 같은 그런 일 때문이었다. 표면상 이유야 그거지만 한번 와서 놀다가라고 하는 이 동네 그 동네 터줏대감 이학우씨의 초청으로 만들어진 여행이었다. 그런데 즐거우라고 짜인 2박3일로 기억되는 여정의 하루 중에 그만 교통사고를 당했다.
분명히 신호등에 걸려 앞에 서있던 택시를 우리가 탄 택시가 들이받았다. 그런가 했는데 뒤에 또 하나의 택시가 우리가 탄 택시를 받았다. 누가누구를 먼저 받았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뱅뱅 이렇게 2번 앞뒤로 부닥친 거는 틀림없었다. 일 났다. 구경꾼들 모이기 시작한다.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교통순경들의 명령과 호령이 동네를 진동한다. 차문이 열리며 순경 한명이 안을 훑어본다.
‘다친데 없습니까?’ 앞뒤로 들이 받혀 샌드위치가 된 우리 택시 문을 열며 분명히 이렇게 물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피 나는데 없습니까?’ 이건 더욱더 분명히 기억된다. 강박사와 마주보며 사실 우리도 무어가 어떻게 된 건지 상황판단도 못하며 멍하니 넋을 잃고 앉아있던 실정이었다.
택시 3대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모두 교통순경들의 지시를 받아 상가건물 추녀 밑에 죽 서게 된다. 피도 없고 다친 사람도 없으니까 이곳 담당 교통순경이 올 때까지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한다. 그 교통순경은 지금 커피 타임이라고 했다. 을씨년스러운 오후 추녀 밑에서 떨고 있자니 커피 생각이 간절하다.
드디어 담당 순경이 등장한다. 한 사람 한 사람 신원 조사를 하기 시작한다. 강박사 차례가 왔다. 달라는 운전 면허증과 명함을 보던 순경이 말한다. ‘제미 교포이시군요?’ 나의 차례가 왔다.
‘아니 교통사고를 당하셨으면 병원을 가셨어야지 왜 여기서 이렇게 서계신겁니까?’ 그 순경의 태도가 확 달라진다. 어안이 벙벙하다. 서있으래서 서있었는데...
그 순경은 차도 편으로 뛰어가서 지나는 택시 한 대를 세운다. 어떻게 양해를 구했는지 아니면 강압을 썼는지 타고 있던 승객 대신 강박사와 내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이어서 조수석에 그 순경이 앉으며 기사에게 지시한다.
‘빨리요, 성모병원.‘이어서 병원 앞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먼저 뛰어내려 안으로 들어가 구급 의무 팀을 데리고 나온다. 응급실 의사로부터 검진을 받는다. 그동안 그 순경은 지켜 서서 우리를 보호한다.
순식간에 진행된 검색에서 다행이도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오케이를 받으며 병원을 나오게 된다. ‘참 다행입니다. 그래도 모르니까 내일 한 번 더 오셔서 후유증이 없을지 검진하시는 게 좋을 텐데요...’ 그 순경이 말한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리고 너무 고맙습니다.’
그 순경은 문제가 있으면 꼭 다시 한 번 검사를 받으라고 당부하면서 자신의 연락처를 알려준다. 마산 참 살기 좋은 도시라고 고향 자랑도 잊지 않는다.
생전처음 순경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마산 성모병원 의료진의 융숭한 대접을 받는 경험을 한 셈이다.
어째서?
명함 때문이었을까? 한쪽에는 영문 한쪽에는 한글로 쓰여 있는 한국일보 기자 이름을 보며 주미 특파원 정도로 오해했던가 아니면 기자라는 골치 아픈 존재를 미리 무마하기 위한 노력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착한 그 순경의 특별한 동내대접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기자라면 왜 골치가 아플까? 뭐 그걸 생각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기자의 붓끝에 무슨 글이 딸려 나올지 그게 궁금해서일 테니까... 다시 말한다면 기자의 붓끝이 그만큼 누군가에게는 때와 상황에 따라 ‘끗발’ 이 있을 수 도 있다는 표현도 된다.
그래서 기자가 힘든 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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