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햄프셔주 유세장에서 한국계 하버드대생이 도널드 트럼프에 ‘돌직구’ 질문을 던진 것과 관련, 미국의 공영라디오 NPR이 트럼프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15일 지적했다.
트럼프가 조셉 최(20)군의 질문을 끊고 자기 주장을 강변해서가 아니라 외모를 통해 편견과 차별의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에 문제라는 것이다. NPR은 ‘한국? 트럼프의 ‘너는 어디서 왔냐’의 순간(South Korea? Trump’s Where Are You From Moment)‘이라는 기사에서 "대선유세장의 평온한 질의응답 시간이 당혹스런 문화적 순간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최군이 질문하기전 입고 있는 ‘하버드’ 상의를 보고 "하버드? 당신 하버드 다니나?“하고 묻기도 했다. NPR은 "트럼프는 자신이 와튼비즈니스 스쿨을 다닌 것을 자랑하길 좋아한다"며 명문대 엘리트의식을 은연중 드러내는 태도를 비꼬았다.
성질 급한 트럼프는 최군이 마이크를 기다리는 시간이 아깝다는듯 "빨리 (질문을) 소리쳐라"고 채근하다 "날 답답하게 하는구만"하고 쏘아부치기도 했다.
최군이 ‘한국 안보 무임승차론’이 잘못된 것이라는 요지의 내용을 꺼내자 트럼프는 말을 끊고 "당신 한국 출신이냐?(Are you from South Korea?)"고 물었다. 최군이 "아니다. 텍사스에서 태어나 콜로라도에서 자랐다"고 응수하자 청중석에서 웃음이 터졌고 트럼프도 계면쩍은 표정을 지었다.
최군이 한국이 방위분담금으로 8억달러가 넘는 돈을 내고 있다고 말하자 트럼프는 다시 한번 말을 끊으며 “푼돈에 불과하다(It’s peanut.) 우리가 해주는 것에 비하면 푼돈이라고.."하며 면박을 줬다. 그러고선 특유의 장광설을 이어갔다. 그 사이 최군은 진행자에게 마이크를 뺏겨 더 이상 질문을 할 수 없었다.
트럼프는 LG와 삼성을 들먹이며 "왜 우리가 잘사는 나라를 지켜주냐?"고 반문했다. 물론 그가 한국 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약 2분간에 걸쳐 "왜 우리가 독일을 (공짜로) 방어해주나? 왜 일본을 우리가 방어해주나? 누군가 미국을 공격하면 그들이 지켜주나? 아니다"라며 청중들의 호응과 박수를 유도하며 연설을 끝냈다.
조셉 최군은 NPR과의 인터뷰에서 "난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수상이든 도널드 트럼프든 상관없다. 팩트가 틀린 것을 말했기 때문에 바로잡는 것이다. 트럼프는 멕시칸과 여성, 한국인에 대해 괴상한 비방을 즐기고 있다. 그래서 그에게 알려준 것이다"라고 밝혔다.
NPR은 최군과 함께 한 동행자가 "트럼프에게 너의 출생증명서를 보여줬어야 하는데"라고 말하자 웃어넘겼지만 트럼프의 질문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숙명적인 짐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UC어바인에서 인종과 이민, 문화를 강의하는 제니퍼 리 사회학과 교수는 "트럼프가 최군에게 한 질문은 (인종적) 이질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니퍼 리 교수는 "정체성을 묻는 질문은 악의없는 것일 수 있지만 ‘과연 누가 미국인인가’라는 것은 듣는이에 따라 공격적인 질문이 된다. (최군처럼 미국에서 태어나도) 아시안아메리칸은 미국인이 아니라 영원한 이방인이라는 인식을 갖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군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지만 그에게 내가 ‘바로 미국인’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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