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마음이 좁아지는 시기가 있다. 이럴 때는 나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꽉 차버려서 새로운 것들을 포용하지 못하게 된다. 몇 달 동안 나는 주말 계획도 세우지 않으며 새로운 세상으로의 노출을 최소한으로 한 채 지냈다. 친한 친구가 먼저 호출하지 않는 이상 약속을 먼저 잡지 않는 등 인간관계에 관해 극도로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곤 했다. 물론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고 대단한 사색을 했던 것은 아니다.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빗 소로처럼 세상을 등지고 숲 속에 들어가 이 년 반을 살며 삶의 목적과 자연의 섭리를 깨닫는 일은 아무에게나 허락된 일이 아니니까. 나는 스트리밍을 통해 송일국과 삼둥이들의 먹방이라던지 아니면 연예인들의 냉장고 속이나 들여다보며 타인과의 교류를 대체했다.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이 활짝 열려서 낯선 사람들과도 편한 마음으로 교류할 수 있는 것인지는 나조차도 대답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사람은 기본적으로 늘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성장의 욕심을 내재하고 있다. 모든 희망을 버린 채 그저 시간에 떠밀려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노숙자들에게서도 사실은 완벽한 좌절을 찾기는 어렵다.
몇 년 전 한 단체에서 노숙자들을 데려다가 말끔히 씻어주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멋진 신사로 탈바꿈해주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거울로 양복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 노숙자들은 울음을 터트렸고 자신 또한 정식으로 노동을 하며 돈을 벌고 싶다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삶에 큰 목표의식이 없었던 친구들이 군대에서 이 년간 육체노동만 하다가 복학했을 때 공부에 치여 살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며 열심히 사는 것도 성장에 대한 기본 욕구를 보여주는 좋은 예인 것 같다.
나 또한 아마 지루함과 답답함에 찌들대로 찌들었던 것이리라.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마음은 고무줄처럼 다시 늘어나고 있었다. 며칠 전 친구의 초대로 간 파티에서는 그리스, 레바논 등 다양한 출신의 외국 애들을 만났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그들과 동화되어있었다.
처음 만난 사람의 고민을 들어주고 농담도 끊임없이 다 받아치면서 깔깔대고 있는 나를 발견했을 때 나는 확실히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음을 느꼈다.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순수한 즐거움이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난 여세를 몰아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새로운 사람과의 어색함이 예전만큼 불편하지 않았고, 얼마나 강렬하고 복잡한 일이든 최대한 가볍게 넘기며 흐르는 대로 나를 맡겼다.
그리고 지금 나는 포틀랜드에서 혼자 금쪽같은 일주일 휴가를 즐기고 있다. 기차역에서부터 새로운 사람들과 대화를 트고 함께 밥을 먹었다. 육십 세가 넘은 할머니와 수다를 떨며 아침 햇살에 온통 금빛으로 물든 풍경들을 쉴 새 없이 눈에 담을 수 있는 것은 가슴을 열었기에 얻은 축복이었다. 도시 곳곳에서도 새로운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참 신기한 인연들을 마주하고 있다. 다시 한 번 가슴이 열리고 있음을 확인한다.
내일은 시애틀로 향한다. 또 다른 사람들과 문화가 날 기다리고 있지만 얼마큼의 경험을 얻는가는 결국 나 하기에 달린 것일 것이다. 정말 다행히도 지금 내게는 이 모든 새로움을 담을 수 있는 마음이 있다. 그리고 바라건대, 집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나는 한층 더 넓어진 가슴으로 2015년의 마지막 분기를 힘차게 시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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