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혜명 ‘조상의 정원’
자매 하나가 뒤를 캔다는 소릴 들었다
거기 내 뒤뜰 낙엽 다 떨어져
휑하니 고독한데
뿌리 없는 말들 오가고
바람은 나대신 입을 다문 채
가지에 앉은 새처럼 내려오지 않는다
나의 진짜 뒤는 무엇일까 이참에 생각해 본다
오늘도 며칠 만에 힘들게 뒤를 보기는 했다만
뒤끝이 좀 아프긴 했다만
아, 그런 것들 다 부끄럽게
그녀의 녹슨 호미 끝에 잡혀야 하는 것들일까
만남 뒤에 이별 뒤에 눈물 뒤에
가을이 오고 있다
거기 내 뒤뜰에 가득 쌓이는 그리움
한 시절 푸르던 나의 진짜 뒤가 캐졌으면 좋겠다.
/ 안경라(1964- ) ‘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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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곳 어디나 남의 과거를 들추어내고 없는 이야기까지 덧붙여 소문내기를 좋아하는 이들이 있다. 인간이 아무리 호기심의 존재라지만 결코 보기 좋은 광경이 아니다. 누구라도 화가 날 이런 상황을 오히려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로 바꾸는 시인의 마음이 소중하다. 더 깊은 곳까지 뒷조사 당하여 자신의 푸르고 아름다웠던 시절이 알려지는, 그런 즐거운 복수를 꿈꾸는 여유조차 있으니, 아무리 뒤를 캐어도 별 소문거리는 없겠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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