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스 리 ‘천국과 지구사이’
종각을 베고 하루 종일 잠만 청하신다.
보신각 종소리 덩그렁, 덩그렁
머릿속을 굴러다녀도
도저히 기침하려 하지 않는 삶
머리맡, 부산히 지나고 지나는 만백성,
그들 향해 엄중히 선포해야 할 교서
오늘도 펴지 못한 채
온통
크고 무거운 가방 속 구겨 담겨져
그의 곁 덩그마니 놓여 있다.
깨고 싶을 때 깨고
자고 싶을 때 자는
그래서 이루는 아, 아 천 년, 만 년의 제국
오늘도 대낮 환한 꿈속 유유히 거니시는
무소불위의 제왕이시여!
/ 윤석산(1947- ) ‘노숙’ 전문
...........................................................................................................................................
노숙자 옆에 놓인 보따리 속에 만백성에게 선포할 교서가 들어있다니, 놀라운 생각이다. 저들의 때 묻은 가방 속에 세상의 비밀과 진상이, 그리고 나아가야 할 길이 모두 들어있다는 것이다. 그 뿐 아니다. 깨고 싶을 때 깨고, 자고 싶을 때 자는, 더 이상 세상 돌아가는 일에는 관심이 없는 이들을 보라. 대낮에도 환한 꿈속을 유유히 거니시는 이분들이 무소불위의 대왕. 그런데 이들의 보따리가 열리고 만천하에 비밀교서가 선포될 날이 언젠가 올까? 그것이 문제이다.
<임혜신/시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