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일 ‘우먼’
밤하늘에 막 생겨나기 시작한 별자리를 볼 때가 있다. 그래
고통은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잣소리로 미쳐갈 때에도
밥 한 그릇 앞에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
치욕일 때도
그것은 어느새 네 속에 들어와 살면서
말을 건네지 살아야 한다는 말
그러나 집이 어디 있느냐고 성급하게 묻지 마라
길이 제가 가닿을 길을 모르듯이
풀씨들이 제가 날아갈 바람 속을 모르듯이
아무도 그 집 있는 곳을 가르쳐줄 수 없을 테니까
믿어야 할 것은 바람과
우리가 끝까지 지켜보아야 할 침묵
그리고 그 속에서 타오르고 있는 불
이렇게 우리 헤어져서
너도 나도 없이 흩날리는
눈송이들 속에서
그래, 이제 시는 그만두기로 하자
그 숱한 비유들이 그치고
흰빛, 흰빛만 남을 때까지
/ 박영근 (1958-2006) ‘흰빛’ 전문
...............................................................................................................................................
가수 안치환이 노래한 ‘솔아 솔아 푸른 솔아’의 시인이며 한국 최초의 노동자 시인이기도 한 박영근 시인의 시를 읽는다. 노동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자 했던 그가 보여주는 진정한 삶에의 의지는 고요하고 깊다. 눈송이처럼 덧없는 인생길이지만 가슴 속에 진정한 불을 밝힌 채 살기 염원한 이. 나 하나만 잘 되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이 판을 치는 세상 그 어딘가에 시대의 십자가를 지고 살고 있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생각게 한다.
<임혜신/시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