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헨티나, 잔혹한 가정폭력 처벌강화 촉구
▶ “여성을 더 이상 죽이지 말라” 절규의 물결
지난해 살해당한 딸의 사진을 들고 시위에 참여한 어머니.
지난 3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국회의사당 앞에 운집한 ‘페미사이드 (여성살해)’ 반대 시위대.
여성에 대한 잔혹한 폭력이 고질병처럼 퍼져있는 아르헨티나에서 지난 3일 대규모 항의 시위가 전국의 거리와 광장을 메웠다. 여성 살해가 계속 늘어가는 불안한 사회에서 이제 더 이상 여성을 죽이지 말라며 “니 우나 메노스(하나라도 안 돼)”의 구호를 외치는 항의의 물결이었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의사당 앞에 20만명이 운집한 이번 시위를 촉발시킨 것은 5월 임신한 14세 소녀가 남자친구에게 맞아 숨진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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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1일 16세 남자친구의 집 패티오 아래 암매장된 채로 발견된 14세여학생 키아라 파에즈의 시신은 검시결과 얼굴과 머리 등을 둔기로 구타당했으며 약물을 복용해 낙태를 시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범행을 자백한 남자친구는 가중살인, 페미사이드(femicide 성별을 이유로 한 여성살해),강제낙태 등의 혐의로 기소되었으며그의 부모도 공범으로 체포되었다.
그보다 한 달 앞서 4월엔 한 유치원에서 수업 중이던 여교사가 아이들이지켜보는 가운데 별거 중인 남편에게 흉기로 목을 찔려 살해당한 사건이 전국을 충격에 빠트리기도 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아르헨티나의 주요 사화문제가 되어 왔다. ‘페미사이드’가 전국에 만연된 상태다. 2008년 이후 1,808명의 여성이 살해되었다. 매 31시간마다 1명꼴로 여성이 희생되고 있는 셈이다. 대다수의 가해자는 남편이나 남자친구, 가족이나 친척이었다.
이날 의사당 앞 광장엔 여성과 남성과 아이들이 희생당한 여성들의 이름과 사진이 담긴 배너를 들고 모여들었다. 그 중 손 글씨로 쓴 한 배너가 희생자의 절규를 대변하고 있었다 :
“난 당신의 엄마다. 당신의 누이이며, 당신의 아내이고, 당신의 딸이다.
나를 존중하라”
시위에 참가한 남자 대학생 루이스 에케베리아(21)는 “난 이 사회에서 선천적인 특권층인 셈이다. 여자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남자로 태어났으니까”라고 성차별의 사회분위기를 인정했다.
“이제 더 이상 페미사이드는 개인의 문제나 숨겨진 비극이 아니라 사회전반에 영향을 주는 중대 사안이다. 여성이 살해될 때마다 그 가정과 그 자녀들이 함께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말했다.
아르헨티나만이 아니다. 라틴아메리카 전반에 만연된 문제다. 세계에서 페미사이드 발생률이 가장 높은 25개국 중 절반 이상은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 국가들이라고 무장폭력을 추적하는 제네바의 단체 스몰 암스 서베이는 전한다.
이 단체의 2012년 통계에 의하면 엘살바도르는 성별에 근거한 폭력을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살해율이 가장 높은 나라이며 과테말라가 3위, 온두라스가 6위에 올라 있다.
볼리비아에선 2001년부터 2011년 사이 여성에 대한 폭력 신고 44만2,000건 중 96건만 당국의 조처를 받았을 뿐이라고 라파즈의 여성정보개발센터는 집계하고 있다.
볼리비아와 에콰도르는 페미사이드를 특수범죄로 규정했고 과테말라도 성별 근거 범죄 대처를 위해 특별검사팀과 법원을 신설한 바 있다.
그러나 여성에 대한 폭력은 계속 증가세를 기록 중이라고 지역 및 국제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지적한다.
‘가정폭력’인 경우가 대다수여서 정확한 통계를 구하기 힘든 것도 문제다. "공식 통계가 있어야 효과적인 대응 정책을 수립할 수도, 이 같은 정책을 집행할 예산도 받을 수 있다”라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여성연구리서치재단의 마벨 비앙코 회장은 말한다.
3일의 대규모 시위에서도 피해여성들을 위한 지원 보장과 함께 가정폭력에 대한 처벌강화를 강력히 촉구되었으나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남성이 여성을 소유물로 여기는 뿌리 깊은 ‘마초 문화’가 페미사이드의 배경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경우 여성폭력 사안의 가장 큰 문제는 강력한 처벌법은 있지만 시행이 어렵다는 현실”이라고 멕시코 국립대학의 로베르토 카스트로 교수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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