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스 리 ‘천국과 땅 사이’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서로 천적인
동물들이 휴전을 한다.
허리케인이 오면 쥐와 올빼미가 나무를 공유하고
지진이 나면 몽구스가 뱀의 곁에서
움츠려 떨고 있는 것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사자가 집으로 가는 얼룩말에 시비를 걸지 않고
곰은 강가에 앉아 헤엄쳐가는 연어를
그저 바라만 볼 것이다
거기엔 즐거운 예외가 있기도 하다.
결혼식이나 장례식에서는 평소에 입도 열지 않던 이모님이
사람들과 친절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엄마가 아프셨을 땐
껄끄러운 관계이던 이웃들조차 꽃이나 케익을
현관에 놓고 가곤 했다.
/ Faith Shearin ‘자연 재해’ 전문 (임혜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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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해가 닥쳐왔을 때 동물들은 잠시 공격을 멈춘다고 한다. 극한의 두려움이 사자와 얼룩말을, 뱀과 새를, 그리고 곰과 연어를 천적관계에서 서로에게 무심한 존재로 상황을 바꾸어 놓는 것이다. 그것을 시인은 휴전이라 부른다. 반면에 사람들은 大事가 있을 때면 무심하던 이들조차 마음을 나눈다. 죽음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에 동물들은 야성을 움츠려 휴전상태를 만들고 사람들 또한 본능적으로 마음을 열어 화해무드를 만든다는 것, 흥미롭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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