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27개국이 양적완화나 금리 인하를 이용해 돈 풀기에 나섰다.
주요 20개국(G20) 기준으로 절반가량이 통화완화 정책을 내놓으면서 ‘화폐전쟁’이 한층 뜨겁게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12일 국제금융시장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인하하거나 국채 매입 등의 양적완화를 실시한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모두 27곳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하를 가장 많이 한 나라는 덴마크(4차례)였다.
덴마크는 1월에만 금리를 세 번이나 내린데 이어 2월에도 한차례 금리를 낮췄다.
스위스와 터키, 이집트, 페루, 인도, 캐나다 등도 1월에 금리 인하 대열에 동참했다.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저물가 우려가 커지면서 연초부터 금리를 내리는 나라가 많았다.
유럽중앙은행(ECB)도 1월 국채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로 시중에 자금을 푼다고 발표했다. 독일 국채 매입으로 시작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양적완화는 3월부터 시행됐다.
러시아 역시 올해 들어 금리를 거침없이 내렸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1월 30일을 첫 시작으로 3월과 4월에도 각각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러시아 경제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국들의 제재와 유가 하락 등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가장 최근에 금리를 내린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전날부터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중국 정부가 작년 11월과 올해 2월 각각 기준 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금리 인하 카드를 다시 꺼냈다.
중국 광다(光大·에버브라이트)증권의 쉬가오(徐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 성장률이 기대한 것보다 약했고 인플레이션도 낮은 상태"라며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통화 기조 완화만으로는 경기 둔화를 막기 어렵다는 점에서 중국 당국이 재정 확대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호주는 올해 2차례의 인하로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2.0%)로 끌어내렸다.
’깜짝 인하’를 한 곳도 있다.
인도는 예정에 없던 통화정책회의를 열거나(1월) 별도 성명의 발표(3월)를 통해 금리 인하를 시장에 알렸다.
지난 1월 캐나다의 기준금리 인하는 애초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나오던 상황에서 이뤄진 조치였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에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려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 1% 시대’를 열었다.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올 정도로 미약한 경기를 반전시키고자 하는 의도였다.
전 세계적으로 통화완화 경쟁이 치열해지자 우리만 손을 놓고 있다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경계심도 금리 인하 결정에 한몫했다.
한국을 비롯해 유로존, 중국, 러시아, 호주, 인도, 인도네시아, 캐나다, 터키 등 G20 가운데 9개 나라가 올해 통화완화 조치를 내놨다.
특히 중국, 러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신흥국에서의 금리 인하가 두드러진 경향을 보였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정성춘 국제거시금융실장은 "저유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 얘기가 나오면서 신흥국들이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각국의 통화전쟁이 치열한 가운데 이번 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이 예정돼 있어 또 한 번 부양카드를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주요국들이 경기 둔화를 막으려고 앞다퉈 통화가치 절하에 나서면 원화만 ‘나홀로 강세’를 보일 수 있다. 이럴 경우 한국 수출은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금리 인하를 추가로 해야 한다는 분석이 있다.
반면, 금리 인하는 가계부채 급증 등으로 한국 경제에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의견도 있어 한국은행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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