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바시장 ‘의류 원산지 단속’ 여파
▶ 거래처 리스트 확보 후 단속명단 작성, 상품대조·원산지 증명·현찰거래 조사
23일 LA 다운타운 자바시장에 있는 한인 의류업소 밖에서 CBP 수사관들이 업소 관계자로 추정되는 한인여성을 상대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LA 다운타운 자바시장 일대에서 진행 중인 의류 원산지(certificate of origin) 단속은 의류업계에 만연한 원산지 조작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연방정부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조사대상 업소 100여곳 중 대부분은 한인업체들로 CBP는 사전에 원산지를 조작한 의류를 수입한 도미니카 공화국 업체들로부터 확보한 거래처 리스트를 토대로 타겟업소 명단을 작성해 이들 업소를 급습하는 방식으로 단속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치밀한 사전준비 작업 끝에 수사가 시작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수사관들은 해당 업소에서 ▲의류에 부착된 원산지 레이블이 실제와 맞는지 여부 ▲의류업체들이 해당국가 수입상에게 건넨 원산지 증명서류 내용의 진위 여부 ▲물건 값을 현찰로 받은 뒤 가짜 영수증을 발급했는지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김석오 LA 총영사관 관세영사는 “일 년에 한두 번씩은 자바시장에서 원산지 조작과 관련된 문제가 터지곤 한다”며 “대대적인 마약조직 돈세탁 수사로 자바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원산지 조작에 대한 수사가 시작돼 한인 경제 전반에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원산지 조작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공급자-바이어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납품업체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해 관세를 피하려는 목적으로 중국 등지에서 생산된 의류를 ‘미국산’(Made in USA)으로 둔갑시켜야 하는 중남미 수입상들의 원산지 조작행위에 협조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멕시코 등 LA 자바시장과 거래하는 중남미 국가가 중국산 의류를 수입하면 30% 안팎의 관세가 붙지만 제품이 미국산인 경우 훨씬 낮은 관세율이 적용된다. 따라서 바이어들은 수익 극대화의 유혹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아 조직적으로 원산지 조작에 나서고 있다.
규모가 큰 일부 수입업체의 경우 의류에 부착된 레이블을 감쪽같이 위조하는 ‘전문인’들까지 고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납품업체로부터 물건을 공급받는 바이어들은 ‘갑’의 위치에 있다.
이 때문에 ‘을’인 자바시장 업체들은 불법인 줄 알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빈 원산지 증명서를 바이어 측에 건네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빈 원산지 증명서를 건네받은 바이어들은 원산지를 ‘Made in USA’로 기재하거나 구입한 의류에 부착된 레이블을 ‘Made in USA’로 바꿔 소비자들에게 판매한다. 관세도 덜 내고 미국산처럼 둔갑시킨 의류는 더 비싼 값을 받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한인의류협회 관계자는 “자바시장 경기가 아무리 나빠도 불법행위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면서 “바이어가 요구해도 원산지 증명서류 내용을 바꿔주거나 빈 공간으로 남겨두지 말 것”을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물건 판매 때 인보이스에 정확한 구매가격을 기재해야 하며 이를 공란으로 남긴 채 바이어에게 서류를 주지 말 것”을 강조했다.
<구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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