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일 정상 관계개선 의지 보인 가운데 시진핑 ‘역사 직시해야’
▶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 새 국제질서·유엔 개혁 촉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반둥회의 60주년 기념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2일 반둥회의에서 일본의 과거 전쟁에 대해 반성한다고는 밝혔으나 사죄 표명은 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반둥회의 60주년 기념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참석해 연설하면서 2차 세계대전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으나 `식민지 지배와 침략’, `사죄’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정상회의는 비동맹운동의 시발점이 된 지난 1955년의 반둥회의를 기념하기 위한 제16차 아시아·아프리카(AA) 회의로, 참석자들은 두 대륙에 개방적인 새로운 국제 정치 및 경제 질서 형성을 촉구했다.
아베 총리는 연설에서 1955년의 반둥회의에서 확인된 10원칙 가운데 `침략, 무력행사에 의해 타국의 영토 보전과 정치적 독립을 침해하지 않는다’, `국제분쟁은 평화적 수단으로 해결한다’는 두 원칙을 강조한 후 "일본은 이 원칙을 과거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어떤 때라도 지켜나가는 국가일 것을 맹세했다"고만 언급했다.
’과거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을 언급했지만, 그 역시 지금 반성한다는 ‘현재형’이 아니라 ‘맹세했다’는 과거형 문장의 일부로 포함한 것이어서 ‘진정성’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아베 총리가 반둥회의 연설에서 1995년 무라야마 담화 등에 명기됐던 `식민지 지배와 침략’ 표현 등을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그가 올여름 발표할 `전후70년 담화’에서도 이들 표현이 담기지 않을 공산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반둥회의 개최국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대통령은 회의 개회사를 통해 60년 전 반둥회의를 회상시키면서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이 직면한 도전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한 관심을 촉구하고 아시아, 아프리카 대륙의 안정과 평등을 위해서는 새로운 집단적 경제구조가 필요하며 유엔을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엔은 세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유엔이 모든 국가에 정의를 촉진하는 국제기구로서 기능하기 위해 개혁해야 한다고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은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에 한국에서는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북한에서는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참여했으며, 아시아, 아프리카 105개 국가, 15개 참관국, 17개 국제기구의 정상과 대표들이 참석했다.
황 부총리는 아시아·아프리카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한국의 기여와 협력 의지를 천명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새로운 국제질서 형성을 촉구했다.
그는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두 대륙의 영향이 과거보다 더 커진 만큼 이를 반영해 "더 바르고, 평등한" 국제질서를 만들기 위해 중국과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은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김 상임위원장은 아시아·아프리카 전략적 동반자 관계 활성화를 촉구하는 한편 미국의 북한 적대시 정책과 한국의 반통일적 자세로 한반도에 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북한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런 가운데 시 주석과 아베 총리는 이날 별도 양자 회담을 개최, 나란히 관계개선 의지를 표명하고 양국관계 현안 등을 논의했다.
시 주석은 그러나 "역사 문제는 중일 관계의 정치적 기초에 관한 중대한 원칙의 문제"라면서 "일본이 아시아 주변국의 관심과 우려를 진정으로 대함으로써 역사를 직시한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대외적으로 표출해주길 희망한다"며 아베 총리가 여름에 발표할 전후 70주년 담화에 식민 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를 담을 것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나와 일본 내각은 여러 기회를 통해 약속했다"면서 "무라야마 담화를 포함한 역대 정부의 역사문제에서의 인식을 계승할 것이란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두 정상의 양자 회담은 이번이 두번째이며 지난 11월 이후 5개월여 만이다.
양국 관계는 일본의 과거사 인식과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를 둘러싼 영토문제 등으로 인해 지난 2012년 이후 장기간 경색 국면을 보냈다.
이번 정상회의는 23일까지 열리며, 24일에는 자카르타에서 약 170㎞ 떨어진 반둥에서 60주년 기념식이 별도로 진행된다.
’세계평화와 번영을 위한 남남협력 강화’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회의는 제1차 반둥회의를 개최한 인도네시아가 주도가 돼 독립, 자주, 비동맹, 제3세계 협력 등 반둥회의의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회의는 개발도상국들 사이의 협력을 뜻하는 ‘남남협력’ 강화를 모색하는 한편 팔레스타인 지지, 반둥 메시지, 아시아-아프리카 신전략파트너십 강화 등에 관한 3개 문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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