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길게 드리워진
내 그림자
등에 난 혹을 보고 나서야
내가 낙타라는 걸 알았다
눈썹 밑에 서걱이는 모래를 보고서야
사막을 건너고 있음을 알았다
옹이처럼 변한 무릎을 만져 보고서야
무릎 기도 드릴 일 많았음을 알았다
많은 날들 밤에도 눕지 못했음을 알았다
자꾸 넘어지는 다리를 보고서야
세상의 벼랑 중에
마음의 벼랑이 가장 아득하다는 걸 알았다
혹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음을 보고서야
무거운 생을 등에 지고
흔들리며 흔들리며
사막을 건너왔음을 알았다.
/ 류시화 (1958- ) ‘낙타의 생’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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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위를 터벅터벅 판판한 모래 신발이라도 신은 듯 걸으며 몇 날 며칠을 물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낙타에게는 ‘사막의 생명’이 지닌 이율배반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불모의 땅의 왕이며 일꾼인 낙타, 그의 삶은 인간의 삶과 흡사하다. 기울어진 등, 흔들리는 다리, 옹이처럼 변한 무릎을 안고 모래사막을 건너는 자는 바로 우리들 자신이 아닌가. 산다는 것은 운명이라는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막막한 사막을 걸어가는 바로 그런 일이었던 것이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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