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조선에선 남녀가 사귀는 걸 두고 연애질이라고 한다는데, 연애질!
그 질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뭔가 끊임없이 움직이는 게 보여
삽질 가래질 쟁기질 써래질 호미질 낫질로 일구어낸
만 평 푸른 보리밭 물결이 보이고
휘영청 달빛 젖은 이랑 사이로 밤새 축축하게 걸어놓은 물방아 소리 들려오는데
누가 거기 대고 손가락질을 하겠어
뭔가 질퍽대고 싶은 게 사랑인데
흘끔흘끔 곁눈질만 하다가 깔짝깔짝 입질만 하다가 돌아서는 당신
어디 이걸 낚시질이라 할 수 있겠어
핏대 세우고 삿대질만 해대는 당신들 쌈질은 발길질 주먹질로 걸어야지
연장 있으면 뭐해 연장질을 해야지
애정 전선에 균열이 생기면 즉시 구멍 난 냄비나 솥단지 때우듯
물 샐 틈 없이 온몸으로 땜질을 해야지
열흘 굶고도 도적질할까 말까 망설이는 당신 말이야
그 우라질 마음만 있으면 뭐하냐구, 몸이 떠나는데 그걸 뭣에다 쓰냐구 젠장!
/ 이덕규(1961- ) ‘연애질’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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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마음만으로 바라보는 고상함이 아니라 연애질이어야 한다고 시인은 말한다. 흘끔 흘끔 곁눈질만 하거나 입질만 하다가 돌아서면 절대 안 된다. 삽질, 가래질로 농사질을 하듯, 발길질, 주먹질로 쌈질을 하듯 사랑을 하려거든 두 팔 걷고 연애질에 돌입해야 한다. 이 생각 저 생각에 깔짝거리는 그런 사랑은 없다. 사랑은 열흘 굶은 이가 밥 도적질 하듯 눈에 보이는 것 이 없어야 한다. 생각할 틈이 없어야 한다. 참 시원한 연애론이다.
<임혜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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