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D 독립유공자 후손 이규련씨, 3.1절을 생각한다
박호설, 이규련씨 부부가 27일 메릴랜드 자택에서 이봉근 선생의 사진과 독립운동 표창장을 보여주고 있다.
“해마다 3월이면 아버지 생각이 더 간절히 납니다. 나라를 찾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왜정시대를 사셨던 아버지와 선열들의 꿋꿋한 애국정신을 세월이 흘러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메릴랜드 콜롬비아에 거주하는 이규련 씨(83)는 이맘때면 아버지의 사진이 담긴 낡은 액자를 꺼내 닦고 또 닦으며 눈시울을 적신다. 7남1녀의 형제 중 고명딸을 유달리 아껴주셨던 아버지의 따뜻한 정 때문만은 아니다. 아버지가 1919년 3.1만세운동 때 겪었을 고초가 더 애틋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부친 이봉근 선생 함흥 만세운동 주도
징역 8개월 고초...“배워야 한다”日 유학
이씨 가족, 한국전쟁 흥남철수때 피난
그의 부친인 이봉근 선생은 3.1운동 당시 함경남도 함흥 만세운동을 주도한 인물. 당시 함흥의 중하리 교회 신도들을 중심으로 함흥 독립만세운동이 조직됐다. 이봉근 선생은 시위 조직과정에서부터 참여했으며 특히 시위 참가자 가족에 대한 후원을 책임지며 시위를 독려했다.
“조부께서 상업을 해서 함경도 제1의 갑부가 됐어요. 아버지께서는 시위를 함께 논의하고 또 시위 참가자들이 잡혀가면 가족 생계를 책임지겠다고 약속하며 모두에게 힘을 실어주셨어요.”
장날인 3월3일 만세시위를 벌인 이봉근 선생은 바로 일경에 체포됐다. 그리고 그해 10월 고등법원에서 ‘출판법 위반’으로 징역 8월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렀다.
“감옥에서 나오신 아버지께서 훗날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서대문형무소에서 징역을 사시면서 ‘힘으로는 안 된다. 백성이 깨우쳐야 한다. 배워야 우리 민족이 산다’는 걸 절감하셨답니다.”
숭실학교를 나와 삼일운동 당시 스물 두 살의 청년이었던 이봉근 선생은 곧바로 일본 유학을 결행한다. 히로시마 고등사범학교를 마친 그는 함흥시 영생중학교 교사로 부임해 민족정신 배양에 힘썼다. 1942년에는 교장으로 부임했으나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이듬해 사직해야 했다. 해방 후에는 조만식 선생의 조선민주당 함남 도당 부위원장으로 있다 47년 위암으로 50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한국 정부는 이봉근 선생의 독립운동 활동을 기려 2002년 대통령 표창을 수여했다.
일제시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이규련 씨는 아직도 그 시절이 악몽 같다. 뒤이은 전쟁은 그의 삶을 뒤흔들어놓았다.
“왜정시대 말기에는 공부도 제대로 못했어요. 함흥에 일본 76연대가 주둔했는데 기마부대가 있었어요. 학교에서 맨날 말 먹일 풀 뜯고 군복 만드는 게 일이었어요. 하루는 말 풀을 머리에 이고 학교에 검사받으러 가는데 길가의 사람들이 ‘그거 이제 버려라. 해방됐다’고 그러는 거예요. 해방 된 실감이 나더라구요.”
함남여고를 나온 이 씨가 원산농대 1학년 때 6.25 전쟁이 발발했다. 중공군이 기습하면서 그와 가족들은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들이 됐다. 흥남 철수 배를 타고 피난민으로 거제도수용소에 수용됐던 것이다.
“어머니가 3개월이면 돌아올 수 있다며 집안의 패물들을 모두 항아리에 넣어 집안의 땅에 파묻고 왔어요. 재산을 두고 왔으니 고생은 말도 못 했어요.”
이규련 씨는 1956년 흥남공업대를 나온 박호설 씨와 혼인하고 1970년 도미했다. 남편 박호설(85) 씨는 메릴랜드 한인 부동산 브로커 1호로 2대, 3대 워싱턴 평통 회장과 볼티모어한인회(현 메릴랜드한인회) 회장을 지냈다. 이 씨도 메릴랜드여선교협의회 초대와 2대 회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부부 모두 은퇴해 노인 아파트에서 만년을 보내고 있다.
“아버지와 애국선열들이 남겨주신 고귀한 유산이 대한민국을 만들었습니다.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았던 그 애국정신이 세상이 혼탁할수록 새삼 그리워집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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