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청마의 기상을 안고 떠올랐던 갑오년의 해가 역사의 뒤안길로 저물고 을미년 청양띠의 해가 솟았다. 지난 한해, 워낙 많은 사건사고들이 줄을 이었기에 하루빨리 갑오년의 생이 다하기를 기다렸던 마음이 비단 기자만은 아니었으리라 여겨진다.
환희가 가득한 기쁨이나 잔잔한 감동보다는 통곡 어린 슬픔과 너무나 강도가 심해 잠을 못 이루게 한 아픔들이 훨씬 더 우리들 가슴속에 상처로 남겨진 갑오년이었다.
특히 우리들 가슴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아픔으로 새겨진 세월호는 단군이래 최대의 참사로 불려지며 애를 끊는 듯한 분노와 함께 눈물샘을 자극했다. 아직도 차가운 바닷물 속에 잠겨 있을 주검들에 대한 미안함이 가시지 않았음에도 기어코 을미년 새해의 아침햇살은 우리들 머리위로 떠올랐다.
비단 세월호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는 전 세계적으로 유난히 사건사고가 많았던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 일어난 각종 테러는 물론이고 말레이시아 국적기의 3회에 걸친 추락사고로 수많은 이들이 생명을 잃었고 중국 운남성의 지진으로 인한 수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또한 필리핀에서는 태풍 하이옌으로 7,0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는 자연재해도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등 서아프리카 3개국에서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해 8천명에 가까운 사망자와 2만 명이 넘는 감염자도 아직 있다.
열거하기에도 숨이 벅찰 정도로 많은 일들이 지구 곳곳에서 벌어진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사건 사고는 미국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8월 미주리주 퍼거슨 시에서 비무장 흑인 마이클 브라운에 대한 경찰 총격사건(물론 대배심원이 불기소 처분)이 발생, 이와 관련된 전국적인 항의시위가 이어졌다. 이에 반해 근무 중에 총을 맞아 숨진 경찰관도 50명에 달하는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진다.
한해도 거르지 않고 들려오는 교내 총격 사건 소식은 이제는 일상화된 느낌이다. 물론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 또한 북가주에서 발생했다. 규모 6.0의 강진이 나파지역을 강타, 100여명의 사상자와 수천만 달러에 이르는 재산피해를 입혔다.
하지만 이 같은 우울한 소식들도 지난해의 마지막 저녁놀과 함께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되었다. 을미년 청양띠의 해에는 양처럼 온화한 세상이 되길 소원해본다. 자연재해야 어쩔 수 없겠으나 다툼은 줄이고 인재는 없애는 그런 한 해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앞에서 열거한 이런 아픔들이 두 번 다시 우리들에게 다가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월호를 반면교사 삼아 더 이상 제2의 세월호 사건도 없었으면 좋겠다. 세월호의 참사가 우리 시대의 마지막 아픔으로 남을 수 있기를…..
<이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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