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틸리케 감독 대표팀의 체질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지적
▶ “기술·전술은 부차적 문제…누구든 플레이메이커 가능해야”
호주 현지 적응훈련 도중 지시를 내리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 <연합>
아시아 최고의 축구 축제인 아시안컵에 나서는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을 괴롭히는 난제는 무엇일까.
스트라이커의 부재, 골 결정력 부족, 수비 조직력 난조 등이 거론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답변은 뜻밖에도 체질 개선이라는 근본적 문제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29일 호주 시드니의 매쿼리 대학 훈련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선수들의 축구에 대한 생각, 접근법, 경기에 임하는 태도를 뜯어고치는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는 누구를 원톱 공격수로 쓰느냐, 득점을 어떻게 이루느냐 등의 전술적 문제를 논하기 전에 반드시 미리 해결해야 할 원리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부임 후 한국 축구를 가까이에서 살펴보는 과정에서 선수들의 움츠러들고 회피하려는 듯한 자세가 다소 심각하게 다가온 것 같은 표정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9월 한국 사령탑에 선임된 뒤 시간이 나는대로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FA(대한축구협회)컵, 대학 리그 등을 찾아 경기를 관찰했다. 그는 “주로 K리그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 축구는 볼을 점유하려고 하지 않고 수비하는 데 신경을 더 많이 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볼을 많이 점유하고 이를 활용하고자 하는 의욕적 자세를 선수 개개인에게 주입하는 게 현 시점에서 내가 가장 집중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이 같은 체질개선 노력은 여러 선수의 플레이에 반영돼포지션마다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수비수들은 볼을 걷어내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무조건 공격 전개에 도움을 줘야 하는 의무감을 안았다.
장현수(광저우 푸리)는 “우리가 공을 소유하는 시간을 늘리라고 하신다”며 “섬세한 빌드업(공을 전방으로 옮겨가는 플레이)을 자주 요구하신다”고 설명했다.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미드필더는 더 나은 볼 배급원에게 볼을 떠넘기는 게 아니라 스스로 플레이메이커가 돼야 했다. 홍명보호 시절 기성용(스완지시티)에게 볼을 몰아주던 역할에 집중하면서 호평을 받은 수비형 미드필더 한국영(카타르SC)도 “이제 누구나 전투적 플레이메이커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스트라이커를 위한 교란조로 인식되던 공격수 남태희(레퀴야)는 “공격에 들어가면 무조건 슈팅까지 마침표를 찍고 나오라는 말을 듣는다”고 말했다. 어떤 선수라도 그 자리에서 공을 잡는 순간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자기 플레이를 강행해야 한다는 게 슈틸리케 감독의 지론인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내가 원하는 것은 선수들이 주도적으로 플레이하는것”이라며 “그렇게 할 때 선수들뿐만 아니라 팀도 색깔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팀의 최근 경기인 지난달 요르단, 이란과의 중동 원정 2연전에서 나타난 결과를 상당히 고무적으로 여기고 있었다. 패스, 슈팅, 드리블, 스로인 등 모든 플레이를 집계해 선수들이 얼마나 능동적으로 뛰었는지 보는 지표인 ‘플레이 액션’이 두 경기에서 모두 1,000개를 돌파했다고 소개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이 브라질월드컵 본선 때와 보인 모습과 많이 달랐다”며 “선수들의 주도적, 능동적 자세가 살아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수치가 승리로 이어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을수도 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한국 축구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나아가고 있다”고 자부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올해 아시안컵에서 A조에 편성돼 오만, 쿠웨이트, 호주와 조별리그에서 차례로 맞붙는다. 그가 추구하는 주도적인 공격 축구가 55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 대표팀에서 제 모습을 드러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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