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여름의 목소리가 깨어나기에는
위험한 달이야.
짓밟히고 기만당한 창백한 들국화가
고개를 들어 다시 피어나려 하고 있어.
보드랍고 따스하고 희미한 것, 다시 한 번 습기와
먼지 속에 젖어들고 있어.
흩어져 날리는 낙엽들을 뚫고.
바이올렛이 돌아오고 있어.
눈발이 소리 없이
아침햇살에 닿으면 천천히 녹아버릴
얼음의 수의를 점검하는 밤
늦었어, 바이올렛이 다시 피어나기엔.
너무 늦은 배반은 무의미 해.
황폐한 곳에 피어나려는 달콤한 꽃.
11월은 지금 무슨 기쁨을 느끼는 거지?
바이올렛의 고통에서 대체 무슨 이익을 취하려는 것이냐구?
/ 헬렌 잭슨(인디안 인권 운동가) ‘11월’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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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겨울의 길목에서 바이올렛이 피어나려 한다. 밤이면 살얼음이 어는 북방의 초겨울, 지난여름의 열망이 작고 보드라운 꽃으로 피어나려 한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사랑이던 배반이던, 너무 늦은 것은 무의미하지 않던가. 불가능한 저항의 비애. 생명이여, 너는 왜 이 황폐함 속에서 다시 꿈을 꾸는가 라고 시인은 한탄하면서 동시에 약자를 탈취하는 권력의 무자비함을 공격하고 있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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