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N ‘미생’서 장그래 역…’상상할 수 없을 만큼 성장’
살짝 몸을 낮춘 채 자신의 자리가 어디인지 두리번거리는 자그마한 체구의 청년이 시야에 들어왔다.
누가 봐도 영락없는, 장그래였다.
사회 초년병 장그래가 대기업 종합상사에서 겪는 크고 작은 일을 그린 tvN 드라마 ‘미생’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5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서울스퀘어 빌딩에서 열린 ‘미생’ 주연배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배우 임시완(26)은 "폭발적인 반응을 오히려 외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는 평소처럼 연기한 것뿐인데 시청자들이 무서우리만치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는 데 덜컥 겁이 나기도 해요. 신경이 많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래서 오히려 덤덤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임시완이 분한 장그래는 고졸 검정고시 출신에 바둑판을 세상 전부로 알고 살았던 청년이다. 낙하산 인턴으로 종합상사 원인터내셔널에 내려왔지만, 어디 하나 비빌 언덕도 없고 면피용으로라도 내놓을 만한 스펙도 하나 없다.
왜소한 체구에 그냥 걸쳐 놓은 듯한 헐렁한 양복 하나만으로도 ‘짠~’한 분위기를 끌어내던 임시완은 그 선한 눈동자와 단정한 입매로 마냥 무르지 않은 장그래를 표현하고 있다.
"평상시에도 활발한 성격은 아니지만 장그래를 연기하면서 평소보다 더 쉽게 긴장하고 많이 부끄러워하게 됐다"고 말하는 임시완의 귀는 금방 달아올랐다.
"평소에도 장그래에게 이입이 되는 것 같아요. 불쌍하고 처연한 느낌의 역할을 맡다 보니 평상시에도 자신감이 없고 괜히 주눅이 드는 느낌도 들고 해서 바깥출입을 자제하고 있어요."
그는 "그래서 ‘미생’이 끝나는 순간부터 빨리 장그래를 벗어던지고 자신감을 되찾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하며 살짝 웃음을 지었다.
임시완은 장그래가 자신감이 부족한 젊은이기는 하지만 처세술 점수를 매기자면 "80점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장그래가 임시완 자신도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기지를 펼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방송에서는 인턴 경쟁의 치열한 관문을 뚫고 계약직으로 입사한 장그래가 정치판이며 전쟁터인 직장 생활의 현실을 깨닫는 모습이 그려졌다.
임시완은 오상식(이성민 분) 과장과 함께 오 과장의 옛 친구이기도 한 거래처 변 부장을 접대하는 장면을 찍으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변 부장이 오 과장에게 ‘나는 내가 먹고 싶을 때 술을 마시는데 너는 남이 먹고 싶을 때 마시지 않냐’라고 말하잖아요. 저는 그 장면을 곱씹으면서 사람이 자기 주도적일 수 있는 상황이 살면서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꼭 술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누군가 때문에 내가 해야 하는 일로 나눴을 때, 과연 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의 비중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요."
그는 이어 차분한 목소리로 "어릴 적 술에 취해 집에 돌아왔던 우리 아빠는 그때마다 어떤 상황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임시완은 "극중 장그래가 ‘미생’에서 ‘완생’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배우로서 저도 열심히 노력하겠다"면서 "’미생’이 끝나는 순간 제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저도 성장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장그래인지 임시완인지 구분하기 힘든, 이 단정하지만 강인한 청년에게 현실의 장그래에게 보내는 응원을 부탁했다.
"세상의 장그래에게 힘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여러분의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잖아요. 그러니 여러분 혼자 힘든 것이 아니라, 모든 분이 힘든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아요. 여러분께 힘을 내라고 말씀은 못 드리지만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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