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미 중간 선거가 꼭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 캠페인 기간 하나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을 좀처럼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아내 미셸과 빌 클린턴, 민주당의 샛별로 떠오르고 있는 엘리자벳 워런 연방 상원의원 등은 여기저기 불려 나가느라 정신이 없는데 정작 민주당의 대표 주자이자 미국 대통령인 오바마는 유세장에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 19일 매릴랜드 어퍼 말버러의 한 고등학교 유세장에서 일어난 일은왜 그가 꼭꼭 숨어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는 앤소니 브라운 매릴랜드 주지사 후보 지원 유세장에 나타난 오바마는 그를 지지해줄 것을 호소하는 연설을 했다. 청중의 90%는 아직도 그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흑인들이었다.
그럼에도 그의 얘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은 슬슬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늦게 나갔다 집에 돌아갈 버스를 타는 줄이 길어질까 걱정되어서였다. 연설 도중 수백 명이 빠져나간 강연장은 파장 분위기가 역력했다.
불과 6년 전 콜로라도 덴버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때 사상 최대인 8만4,000여 지지자들이 “담대한 희망”을 외치던 그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던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오바마가 선거 유세에 나가지 않고있는 것은 그를 불러주는 민주당 후보들이 없기 때문이다. 인기가 바닥인 그를 옆에 세워 봐야 자신의 승리에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켄터키 연방 상원의원 후보로 출마한 앨리슨 그라임스는 심지어 “지난번 대선 때 누구를 찍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자신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헌법적 권리를 주장하며 대답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가 민주당 대통령을 찍었다고 말하지 못할 정도로 분위기가 안 좋은 것이다. 이런 꿋꿋한 침묵에도 불구하고 현재 여론조사로는 그라임스의 낙선이 유력시된다.
낙선이 예상되는 것은 그만이 아니다. 알래스카의 마크 베기치, 루이지애나의 메리 랜드리우, 아칸소의 마크 프라이어, 콜로라도의 마크 유달 등 현역 민주당 상원의원들 모두 당선이 어려울 전망이다. 거기다 아이오와와 웨스트버지니아에서도 공화당의 승리가 점쳐지고 있다. 이중 6석만 공화당이 건지면 연방 상원은 공화당 손에 넘어간다. 그렇게 되면 지난 4년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연방 하원에 발목이 묶여 제대로 일을 해보지도 못한 오바마는 두 발을 모두 저는 오리가 될 수밖에 없다.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의 상원 장악 가능성을 92%, 뉴욕타임스는 68%로 보고 있다. 설사 공화당이 상원 장악에 실패한다 하더라도 오바마의 국정 장악 능력은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보는 의견이 유력하다. 연방 상하원 모두 공화당 의석이 늘어날 게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다.
지난 수 십 년 간 중간 선거는 ‘연방 상원 탈환 선거’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상원의 주인을 자주 바꿨다.
1986년 선거에서 공화당 다수였던 상원은 민주당으로 넘어갔고 1994년 선거에서 다시 공화당 다수로 바뀌었다 2006년 민주당으로 또 넘어갔다. 요즘같이 오바마 인기가 없는 상황에서 공화당으로 넘어가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다.
의회 권력이 공화당으로 넘어가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1996년 빌 클린턴은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의회와 손잡고 웰페어 수혜기간과 자격을 제한하는 ‘웰페어 개혁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지금까지 웰페어 의존자를 근로자로 바꾼 가장 성공적인 사회 입법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공화당은 과연 예상대로 이번 중간선거에서 의회를 장악할 것인지, 그렇게 되면 오바마는 이들과 손잡고 클린턴 같은 업적을 남길 수 있을지, 두고볼 일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