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투어에서 그 누구도 아시안 남자 배우가 로맨틱물 주연이라는 점을 부각시키지 않아 더욱 좋았습니다” 한인 배우 존 조(42)에게 지난 7월 45분에 걸쳐 진행된 제작발표회는 로맨틱물의 주연으로 캐스팅된 것보다 더욱 큰 의미로 다가왔다. 그를 아는 주위사람들은 공중파 TV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아시안 남자 배우가 주인공을 맡았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막상 기자회견장에서는 그의 얼굴색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대본이 좋아서 도전해 볼만한 캐릭터라 내린 결정이었는데 ‘아시안 남자 배우 최초로 로맨틱 드라마 주연’이란 수식어가 붙어버려 마음이 편하지 만은 않았나 보다.
존 조는 “대본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이 대본이 내 손에 들어오기까지 많은 배우들의 손을 거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누구도 헨리 힉스라는 캐릭터에 적합하지 않았다고 들었다. 그렇지만 대본을 읽는 순간 탄탄한 글과 스토리 전개에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첫 방영을 시작한 ‘셀피’는 뮤지컬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가 원작이다. SNS 세상에서는 인기녀이지만 현실에선 인간관계가 엉망인 일라이자(카렌 길런)가 어느 날 굴욕적인 동영상으로 추락한 후 사람 사귀는 법을 배우기 위해 마케팅 전문가인 동료 헨리의 도움을 청하게 된다. 독선적이고 칭찬할 줄 모르는 차가운 남자와 기본 인사조차 할 줄 모르는 무개념 여자가 벌이는 해프닝과 알콩달콩한 러브스토리로 엮어가는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셀피’의 주인공 헨리 힉스를 연기하는 존 조는 6세 때 미국으로 이민을 온 1.5세이다.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LA에 정착했고 어린 시절 교회 밴을 타고 한인타운을 돌아다니면서 한글 간판을 읽으며 한국어를 익혔다. 한인청소년센터(KYCC)에서 잠깐 봉사도 했고 지금도 정장을 딱 맞게 입기 위해 한인타운 양복점을 찾는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늘 가슴 깊이 되새기며 생활한다”는 그는 “연기를 할 때마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본다. 만약 지금 내가 열두 살로 돌아가 TV나 영화 속의 내 모습을 본다면 과연 만족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면 내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배우나 연기, 역할이 있었고 나를 움츠러들게 만드는 것도 있었다. 결코 내 스스로를 움츠러들게 만든 그런 범주에는 속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플래시 포워드’의 한국계 FBI 에이전트, 화이트 캐슬 광고를 보고는 햄버거에 꽂혀버린 해롤드, ‘스타트랙 속편’에서 아시안 배우의 아이콘이 된 조지 다케이의 술루 연기 등은 지금까지 그가 아시안 배우, 한인 배우라는 정체성을 가슴에 품고 어렵게 선택하며 걸어온 배우의 길을 보여주고 있다.
존 조는 “언젠가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과 함께 일해 보고 싶다. 아시안 영화인들은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 같다”고 말하며 “물론 지금은 ‘셀피’에 몰두하고 싶다. 혹시나 드라마가 인기를 얻지 못하면 지금까지 쌓아온 아시안의 발전적 이미지에 역행하지나 않을까 질책하게 될까 봐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지만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을 연기하는 지금 스스로가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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