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 공(가운데)씨가 복무 당시 동료와 함께 한 모습.
지난달 9월20일 캠프 펜들턴에서 열린 은성무공훈장 수여식에서 조나단 공(맨 왼쪽)씨가 훈장을 받고 있다.
“총알이 사방에서 날아와 발 앞에 떨어지면서 흙먼지를 일으키는데 이젠 정말 죽는구나 싶었어요”아프가니스탄에 참전했던 미 해군 소속 한인 2세 장병이 탈레반의 매복에 당해 총탄을 맞고 쓰러진 전우를 목숨을 걸고 구한 공로로 미군 최고영예 중 하나인 ‘은성무공훈장’을 받아 화제다.
주인공은 미 해군 의무병과 소속으로 아프간에 파견됐던 조나단 공(25·한국명 공병덕)씨로, 그는 지난 9월19일 캠프 펜들턴 해병기지에서 열린 특별행사에서 군사작전 중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타인을 구하는 등의 용기 있는 행동을 보여준 미군에게 수여되는 은성무공훈장을 가슴에 달았다.
은성무공훈장은 의회명예훈장, 공훈십자훈장에 이어 미군 훈장서열 세 번째인 명예로운 훈장이다.
지난 2007년 의무병으로 해군에 입대한 뒤 아프간 주둔 해병대 1대대, 5연대에서 파견근무 중이던 그는 2011년 6월13일 헬만드 지역의 실전에 투입됐다. 당시 그의 나이 22세였다.
“헬만드는 탈레반의 공격이 거센 지역으로 손꼽혔어요. 당시 부대 북쪽 지역이 탈레반에게 끊임없이 공격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저지하기 위한 4일 간의 작전에 투입됐죠”그는 작전 첫 날 2시간 만에 폐허가 된 코토제이라는 마을에서 적의 매복에 걸려들었던 상황을 회상했다. 엄폐물과 엄폐물 사이를 한 명이 도달하면 그 다음 부대원이 이동하는 식으로 달리던 중 앞서 가던 해병 소속 병사가 총에 맞고 쓰러진 것이다.
일순간 주위에 죽음과 같은 적막이 흘렀고 총성의 메아리만 들려왔다. 공씨의 눈에 가슴에 총을 맞은 병사가 하늘을 바라보며 흡사 휘파람 소리와도 같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게 들어왔다.
그 순간 동료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총알들도 그를 향해 다시 날아왔다.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이대로 두면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과 살려야겠다는 마음뿐이었어요.”그렇게 그는 스스로 일명 죽음의 구역이라고 불리는 총알이 빗발치는 ‘킬 존’(kill zone)으로 뛰어들었다.
공씨는 날아오는 총탄을 피해 가까스로 부상병 옆에 도달했지만 그를 끌고 갈 수 없었다. 6피트 가까운 키에 170~80파운드에 달하는 체구, 130파운드의 배낭과 장비까지 총 300파운드가 넘는 그를 끌고 엄폐물까지 가기엔 무리였다. 일어났다가 넘어지길 몇 번이나 했을까 그는 점점 두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공씨는 “총알들이 바로 옆에 떨어지면서 죽는다는 생각을 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공포가 엄습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다친 부대원을 포기할 수 없었다. 총을 집어 들고 자기 몸으로 부상병을 막은 채 적을 향해 사격을 가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어요. 마치 시간이 정지된 느낌이랄까. 15미터가 100미터는 되는 듯이 무너진 담이 까마득히 멀게 보였어요.
담까지 왔을 때 나도 동료도 살았다는 걸 알았죠.”6년간의 군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제대한 그는 현재 부모가 사는 북가주 밀피타스에서 디안자 칼리지에 다니면서 의대 진학을 목표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고 있다. 공씨는 “군 경험을 살려 응급실에서 환자들을 구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며 당찬 꿈을 밝혔다.
<김판겸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