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름은 더위와 비의 계절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자라난 내 아이들에게 한국의 여름은 재미와 정의 계절이다. 가는 곳마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며 만들어내는 활력이 있고, 어디를 가든 마치 가까운 친척처럼 이야기하고 챙겨주는 낯선 이들이 있다.
가족들과 함께 한국을 찾을 때 마다 꼭 들리는 곳은 시장이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저마다 좋은 분위기에 볼 것도 많고 사고 싶은 것도 많아 몇 번을 가도 질리지 않는다. 또 대학가에 자리 잡은 가게들은 저렴한 가격에 그때의 유행을 알아볼 수 있어 재미있다.
아이들과 들어간 대학가 한 가게에서 화려한 시계들의 진열장에 눈이 간 작은아이가 오천 원이란 싼 가격에 열심히 들여다보다가 발견한 것은 시계들이 가리키는 시간이 다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배터리가 없어서란 생각을 하며 가게 점원에게 물어보니, 대답하길 시간이 맞지 않는 시계를 차는 게 유행이라고 한다. 늘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가는 한국인다웠다.
재래시장은 그야말로 물건도 물건이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조화로운 분위기가 하도 강렬해서 좀처럼 잊히지 않는 곳이다. 집에서 재배한 물건을 가지고 온 주름진 얼굴의 할머니들을 보며 그분들의 어제의 삶을 생각해 보게 되고, 부부가 하나가 되어 서로 도우며 물건을 파는 모습을 보며 그분들의 오늘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할머니와 아들 며느리에 손자까지 작은 가게지만 한 가족이 대를 이어가는 운영하는 모습을 보면서는 이들의 내일을 그려보기도 한다. 좁은 시장골목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색다른 물건들을 보며 한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떠올려 본다.
한국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에너지는 한여름의 후끈한 더위를 만들어 내고, 사람들 사이에서 마치 한 가족처럼 허물없이 이야기하는 이들의 정은 더위를 씻겨내 주는 시원한 비와 같다. 그렇다. 내 아이들에게 한국은 더위와 비의 계절이 맞다. 이 여행이 끝나고 나면 아이들은 많이 클 것 같다. 뜨거운 햇살과 비를 맞고 쑥쑥 크는 한국의 들꽃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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