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도 알고 은유도 아는 여자와 밥을 먹는다
눈빛이 마주칠 때마다 비가 내린다
빗길엔 낙엽이 구르고
대화의 갓길엔
세상에 없는 밤
풍경처럼 두르고
SUV가 쉬고 있다
곧 여행길에 오르면
지도가 없는 곳으로 달려갈 것이다
사람이 밟지 않은 땅을 골라
강을 만들고 나무를 심는다
키 큰 나무 위에 둥지 틀고 새가 된다
이젤에 도화지를 올려 놓는다
밤에는 별들의 그림자 그려넣고
낮에는 햇빛의 얼굴을 복사한다
새들의 미소와 하늘과 땅의 숨소리도 찍힌다
한 폭의 그림이 완성되는 날
세상에 없는 상징과 은유로 웃으며
여자와 남자는 또 밥을 먹을 것이다
- 윤석훈 (1960- ) ‘밥’ 전문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밥을 먹는다. 세상과 그들 사이에는 병풍 같은 보호막이 있다. 시는 보호막 저 편에 무슨 일이 있는지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의 세상을 말할 뿐이다. 상상이 만들어낸 유형물이 상징과 은유라면 이 시 속에서 그것은 만질 수 있는 새이며 빛나는 별이며 햇빛이며 땅이며 또한 밥이다. 그것은 세상의 것이며 또 세상의 것이 아니기도 하다. 생의 절박함이 사라진 상징의 풍경. 따스한 허무가 한 폭의 그림처럼 일상 너머로 흐르고 있다.
- 임혜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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