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러모로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 앞뒤 짱구에 훤한 이마하며 매서운 눈매에다 옹골지게 생긴 입술이랑은 아버지를 빼다 박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는데, 내가 봐도 참 많이 닮은 것 같다. 쉬는 날엔 하루 종일 잠옷 바람으로 비스듬히 누워서 책을 읽는 것도 닮았고, 책과 음악은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면서도 운동이나 경기 관람에는 관심조차 없는 것도 닮았다. 아버지께서 생전에 가장 좋아하시던 찬송가는 내가 가장 즐겨 듣는 성가가 되었다. 할아버지께서도 그 찬송가를 제일 좋아하셨다고 들었다. 어디 그 뿐인가. 먹는 것도 아버지를 닮아서, 외식하기를 꺼려하며, 기름기 없는 담백한 음식을 좋아하고, 떡 중에서 인절미를 좋아하고, 국도 건데기를 다 건져먹고 국물은 나중에 훌훌 마셔야 한다.
기억력이 비상하셨던 아버지를 닮아서 가까운 친지들의 생일과 전화번호는 물론 기호사항까지도 머릿 속에 다 외우고 다니고, 고마운 분들의 은혜는 늘 잊지 않고 감사해 한다. 반면에, 속 썩이는 골치 아픈 사람들과는 아예 등을 돌리고 사는 나의 아집도 아버지에게서 물려 받았다. 아버지를 닮아서 목소리가 좋다는 칭찬을 많이 듣기도 하고, 아버지처럼 밤을 새우며 일을 하거나 글을 쓸 때가 많다. 아버지의 옛 지인 한 분께서는 아버지를 두고 너무나 자상하고 너무나 명쾌한 분이셨다고 적고 있다. 사석에서는 농담도 잘 하시고, 노래도 잘 하셨으며, 유머 감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셨다. 내 기억에도 아버지는 꼼꼼하고 자상하고 깔끔하신 분이셨다.
타고난 말재주와 뛰어난 언어 감각으로 시와 수필을 쓰셨고 세 권의 책을 남기셨다. 아버지께서는 어린 나를 데리고 다니기를 좋아하셨고 항상 주위 사람들에게 ‘당신의 애인은 최철미’ 라고 말씀하셨다. 아버지께서 날 얼마나 사랑하셨는지는 (지면 관계상)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자.....
생각해 보면 난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아버지께서 남겨주신 극진한 사랑의 힘으로 살아올 수 있었으니...... 내리 사랑이라고, 나는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지 삼십 년이 되는 지금에서야 아버지를 기리는 추모 문집을 내려고 준비 중에 있다. (1996년에 한국 일보 샌프란시스코 여성의 창에 썼던 글, 아버지 날을 맞아 다시 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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