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이미 한달을 넘어 서고도 이주째 접어들었다. 패목항과 진주체육관에는 여전히 16명의 실종자 가족들이 남아서 바다 속에서 돌아오지 못한 가족을 기다리며 피를 토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유가족 대표들은 서울에서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을 제안하며 차분하게 그러나 결연하게 정부와 전 국민과 소통하고 있다.
여고생들은 하얀 교복을 입은 채 거리로 나와 ‘가만히 있으라’를 외치다 경찰에 연행되고 있고, 대학생들은 삼삼오오 기습 시위로 중앙정부를 들쑤셔 놓고 있고, 전국 교사, 교수들, 종교계 인사들이 시국 성명서를 발표하고, 언론인들이 부분 파업과 언론개혁 성명을 발표했다. 매 주말마다 슬픔과 분노의 촛불이 물결을 이뤄 서울 시내를 흐르고 있다. 꺼지지 않을 듯하다. 아니 꺼질 수가 없는 촛불이다.
“사람들은 다 비슷하지”라고 여겼던 생각이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며 극명히 나뉘어진 사람들의 의견 속에서 모두 허물어져 내렸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보면서 ‘미개하다’는 발언이 나오는가 하면, “가난한 주제에 왜 굳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서”라는 발언도 있었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모든 국민이 똑같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세월호 참사 34일 만에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담화문을 발표했다. 참사의 모든 게 본인의 탓이고 잘못이라고 서두에 밝혔지만, 결국 해양경찰을 해체하겠다는 근본적이지 않은 해결책을 내놓았고 유가족들이 요구한 특별법 제정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국민 담화문 발표 전 유가족들을 청와대로 불러 만난 자리에서도 가장 강력하게 나왔던 이 요구는 무리하지도 비합리적이지도 않았지만, 대통령은 결국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통령이 담화문 발표 마지막에 흘린 눈물로 유가족들은 위로나 위안을 받지 못했으며, 국민들도 마찬가지였다. 과연 눈물은 무엇을 담은 것인가.
문제는 모두가 자신의 진심을 담았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통감하고 진심을 담아 눈물을 흘렸다고 주장할 것이고, 정몽준 의원은 자신 아들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사죄의 진심을 담아 눈물을 흘렸다고 주장할 것이다.
본질은 과연 어떤 진심인가 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희생자 유가족들이 흘린 눈물과 그를 지켜보며 국민들이 흘린 눈물의 진심은 박근혜 대통령과 정몽준 의원이 흘린 눈물의 진심과 같은 것일까. 눈물에도 유가족이 흘리는 것 같은 눈물과 마이크 앞에서 본인의 입장을 밝힐 때 갖가지 감정으로 흘리는 눈물이 있고, 보이는 곳에서 흘리는 눈물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눈물이 있으며, 무엇보다 국민이 공감하는 눈물과 공감하지 않는 눈물이 있다.
과연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과 정몽준 의원은 눈물은 어떤 진심을 대변하는 것일까. 과연 국민이 공감하는 눈물이었을까.
지난 18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정부 규탄 집회가 네 번째 열린 자리에는 아이를 데리고 나온 400여명의 젊은 엄마들과 아빠들, 노인들의 진심이 있었고, 이들을 종북 빨갱이라고 규탄하는 20여명의 진심이 부딪혔다.
문제는 진심 자체가 아니다. 어떤 진심은 국민을 공감시키고, 국민을 일으키며 단결시키지만, 어떤 진심은 위험하고도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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