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제 난 자유로워, 하지만 대체 나는 누구지?
날 수도 없고 달릴 수도 없고, 봐, 얼마나 천천히 걷는지.
하지만 책을 읽을 수 있지.
“너 지금 뭘 하고 있니?”라고
파란 머리의 파리가 붕붕거리고 지나가면 묻네.
책을 덮고, 난 생각해봐.
난 이렇게 아주 부드러운 글을 쓸 수 있잖아.
“넌 뭘 하고 있는 거니?” 창틀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바람이 또 묻네.
좀 기다려봐, 바라보는 바람의 은빛 얼굴에 나는 대꾸하네.
알잖아, 갑자기 되는 일이 아니라고.
“그래?” 바람이 물으며 꽃잎을 활짝 열어젖힌다.
증발하듯, 쏟아져 나오는 블루 아이리스
원하는 듯 원하지 않는 듯, 두려움에 떠는 심장,
텅 빈, 순수한 기다림, 저 고요하고 작은 용기.
- 메리 올리버(1935-) ‘블루 아리리스’ 전문
아주 작고 보드라운 꽃이 피어나고 있다. 꽃은 소녀처럼, 혹은 곱게 늙으신 할머니처럼 환하고 순결하고 또 내성적이다. 파리가 궁금해 하며 지나가고 바람이 궁금해 하며 곁에 앉는다. 꽃, 피어날 것인가, 아닌가. 망설일 때 바람은 꽃잎을 후다닥 열어젖힌다. 흩어지는 꽃향기. 생명의 조그만 그릇이 활짝 열린다. 책 읽던 노시인의 가슴 속 보랏빛 아이리스도 피어난다.
- 임혜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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