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 여성이 있다. 그녀는 14년 전 대학교 재학 중 불의의 교통사고로 전신 55% 3도 중화상을 입고 40번이 넘는 대수술과 재활치료를 받았다. 평범한 여대생이 감당하기에는 엄청난 고통과 시련이었으나 그녀는 좌절하지 않았다. 사고라는 끔찍한 기억으로 세상을 원망하는 대신 ‘지선아 사랑해’라는 책을 써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준 이지선씨의 이야기다.
그녀는 여러 인터뷰에서 그간의 고통을 담담하게 이야기 했다. 무섭고 아파서 잘 수 없었던 중환자실에서의 시간들. 진통제로도 감당할 수 없었던, 인간이 느끼는 가장 극심한 통증이라는 화상 소독의 순간. 그 보다 더 괴로웠던 그 시간을 기다리는 공포.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나는 몸이 떨렸다. 그녀가 견뎌내야 했던 두달의 고통을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시작했던 것은 바로 감사하는 것이었다. 손가락을 절단하러 수술실로 향하던 날 “엄마, 더 많이 자르지 않아서 감사하지?”로 시작해 매일 감사할 것을 한 가지씩 찾는 것.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일상의 모든 순간에 공기처럼 스며 들어있는 감사들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여기 한 남성이 있다. 그는 화려한 연예인 생활을 하다 10년 전, 망막색소변성증 판정을 받고 조만간 시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처음 병을 진단받고 5년 간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그는 최근 철인3종 경기에 출전했고, 연극배우로, 재즈 가수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90년대 중반 인기를 누렸던 틴틴파이브 멤버였던 이동우씨 이야기다.
항상 선하게 살려고 노력했던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느냐며 하늘 끝까지 분노하기도 했다가 일순간 추락하고, 극심한 우울증을 겪으며 죽을 결심으로 아파트 베란다를 서성이곤 했다. 설상가상으로 그의 곁을 항상 지켜왔던 아내가 뇌종양 판정을 받고 수술대에 누웠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온 몸에 힘이 빠져서 자살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삶의 문을 열고 돌아온 순간부터 그는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살고 있다. “누구나 지독하게 아프고 나면 조금은 차분하고 겸허해진다”며 겸손하게 이야기하는 그는 “처음엔 이유 없이 찾아온 장애 때문에 많이 슬프고 아팠지만, 지금은 그 장애가 오히려 감사하다”고 했다. 이제 완전히 시력을 상실한 이동우씨는 한 방송에서 “나는 진짜 복이 많은 사람이고, 운도 좋은 사람”이라며 미소 짓는다.
이지선씨나 이동우씨의 모습을 보면 남들은 평생 겪지 못할 고통을 잘 견디고 이겨낸 사람들만 가질 수 있는 평안함과 담대함이 느껴진다. 또한 자신들의 아픔을 이야기 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그것을 유머로 승화시켜 자신들 앞에서 어찌할 줄 몰라 하는 비장애인을 되려 배려하는 성숙한 인격이 묻어난다. 물론 이 둘의 공통 키워드는 감사함이다. 감사를 통해 장애를 고통이 아니라 축복의 기회로 삼았다.
지금의 이지선씨는 사고가 나기 이전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노라고 말하기조차 한다. 정말일까? 그녀가 쓴 책을 읽으며 미안하게도 나는 의심했었다. 그 말을 이해하게 된 것은 그녀가 습관처럼 하루에 한 가지씩 감사할 것을 찾으며 버텼다고 하는 부분에서였다.
사고를 당한 게 아니라 ‘만났다’고 생각하는 그들의 긍정심은 고통을 덜기 위한 방편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가 스치는 모든 일상을 매 순간 감사로 격상시키는 것. 새 삶에 바친 진심어린 ‘감사’였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 삶에 집중해 사소한 것에 감사하자 행복은 쉽게 얻어졌다. 우리는 모두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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