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 계곡 너머
마들로 이사 온 지 몇 년째
귀울음이 영 멎지 않는다
말이 있던 자리에 들어선 탓이다
들판에 말들이 바람처럼 빠져나가고
그 속에 말의 울음소리 남아 있는 것 보았다
남은 것은 그것뿐일까
추억이나 기억 전에는 말이었던 것들이었던 것
이름 또한 흔적이란 걸 그때야 알았다
박차를 가하려고
나는 오직 말에 애착했을 뿐이다
말의 갈기들 말의 발굽들
이곳에 와 나는 또
말굽 소리 들으려고 귀를 세운다
말안장에 지도를 올려놓은 적 있다
더 멀리 더 빨리 달리려고
세계는 또 얼마나 조바심쳤던가
먼 것이 좋아라 옛말을 서둘러 달려가고
들판은 들의 판을 바꾸어버렸다
마들은 이제 말의 들이 아니다
나는 다시 적는다이제 마들은 말의 들이 아니다
-천양희( 1942-) ‘마들 시편’전문
지금은 아파트가 빼곡하지만 한 때 역참 기지가 있어 말을 풀어놓고 먹였다는 마들로 이사를 온 시인의 귀에 들판을 달리는 말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빼곡한 빌딩 숲을 가르며 다가오는 소리. 그 무엇이 좋다고 사람들은 새것을 찾아 이처럼 달려온 것일까. 귓전에 윙윙거리는 저 울음은 환경과의 조화로운 삶을 잃어버린 도시인의 숨죽인 울음소리인 것을.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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