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워싱턴이 처음 전투를 경험한 것은 23살 때다. 1755년 7월 영국의 에드워드 브래덕 장군이 이끄는 1,300여 군사의 일원으로 오하이오 일대를 장악하고 있는 프랑스 군을 공격하러 갔다 지금의 피츠버그 인근에서 프랑스 군과 인디언의 기습을 받아 참패했다.
이 전투에서 브래덕 포함 450여명이 사망하고 420여명이 부상당했다. 워싱턴은 총알이 빗발치듯 하는 와중에도 분전하다 타고 있던 말이 총에 맞아 사망하고 외투에도 구멍이 송송 났으나 기적적으로 부상을 입지 않고 살아 돌아왔다. 총알이 몇 인치만 위로 날았으면 말 대신 워싱턴이 죽었을 것이고 그랬더라면 미국의 역사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워싱턴의 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776년 8월 워싱턴이 이끄는 독립군과 영국군은 뉴욕 롱아일랜드에서 한 판 크게 붙었다. 여기서 참패한 독립군은 글자 그대로 섬의 한 코너에 몰렸고 거기서 밤을 맞았다. 날이 새면 영국군의 전면 공격이 시작될 것이었고 미국 독립 전쟁은 독립선언서가 발표된 지 한 달 만에 끝날 형편이었다.
그러나 그 때 기적이 일어났다.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안개가 섬을 뒤덮은 것이었다. 워싱턴은 어둠과 안개를 이용해 배를 타고 남은 군대를 무사히 빼돌릴 수 있었고 그 해 12월 25일 얼음이 떠다니는 델라웨어 강을 몰래 건너 뉴저지 트렌튼의 영국군을 기습 공격, 승리함으로써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미 독립 전쟁을 사실상 마무리 지은 1781년 요크타운 전투 때도 운명의 여신은 워싱턴 편을 들어줬다. 5년이 넘게 계속돼 온 미 독립 전쟁 중 그 때까지 영국은 한 번도 제해권을 상실해 본 적이 없다. 당시 영국 해군은 세계 최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크타운 전투가 벌어지기 바로 직전 프랑스 해군은 기적적으로 체사피크 만에서 영국 해군을 물리치고 잠시 제해권을 장악했다. 바로 이 때 워싱턴은 요크타운 반도에 발이 묶인 영국군을 맹공했고 배가 없어 도망갈 길이 막힌 영국군은 워싱턴의 포격에 견디지 못하고 ‘뒤집힌 세상’(World Upside Down)을 연주하며 항복하고 말았다.
나폴레옹은 “나는 유능한 장군보다 운 좋은 장군을 원한다”고 말했다는데 워싱턴이 바로 그가 원했던 장군이었던 셈이다. 훗날 미 건국의 아버지들은 오합지졸이던 식민지 민병대가 당시 세계 최강이던 영국을 이겼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믿기 어려워하며 이를 ‘신의 뜻’(Providence)으로 돌렸다. 미국 지명에 ‘Providence’가 많이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물론 워싱턴이 가만히 있었는데 운이 따라준 것은 아니다. 첫 인디언과의 싸움에서 패배한 후 그는 끊임없이 인디언과 영군군의 장단점을 연구했고 롱아일랜드 전투에서 패배한 후에는 정규전은 승산이 없다 판단하고 게릴라전과 기습전으로 작전을 바꿨다. 많은 사가들은 워싱턴이 없었더라면 독립전쟁의 승리는 불가능했을 것이고 여기서 졌더라면 오늘의 미국도 없었으리라는 데 견해를 같이 한다.
워싱턴을 다른 건국의 아버지와 확연히 구분 짓는 것은 노예에 관한 그의 태도다. 대농장주였던 그는 많은 흑인 노예를 가지고 있었고 처음에는 다른 농장주들처럼 이들을 가혹하게 대했다. 그러나 독립 전쟁을 치르며 흑인 병사들의 용맹함과 능력을 직접 목격한 그는 점차 생각을 바꾸게 된다.
그는 죽기 직전 유언장을 고쳐 자기 사후 모든 자기 소유 흑인 노예를 해방하고 이들이 자립해 살아갈 수 있도록 기술을 가르치는데 필요한 돈까지 마련해줄 것을 지시했다. 그리고는 여기에 어떤 예외도 둘 수 없도록 엄명했다.
건국의 아버지 중 흑인 노예를 자발적으로 해방시킨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던 패트릭 헨리도,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던 토머스 제퍼슨도 하지 못했다. ‘미국의 아버지’로 불릴만 한다. 오는 22일은 그가 태어난 지 282 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의 삶을 돌아보며 미국 탄생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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