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조상이 처음 출현한 것은 지금부터 약 400만 년 전으로 추산된다. ‘아우스탈로피테쿠스’(남쪽 원숭이라는 뜻)란 이름의 고인류는 두 발로 서서 다님으로써 손을 자유롭게 쓰는 것을 가능케 했다. 이 자유로워진 손으로 도구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200만 년 전 출현한 ‘호모 하빌리스’(손재주가 있는 인간이란 뜻)다. 그 후 100만 년이 지나 처음으로 불을 사용할 줄 안 ‘호모 에렉투스’를 거쳐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10여 만 년 전 동아프리카에서 출현했다.
그러나 그가 출현한 후에도 오랫동안 인류는 수렵 채취를 하며 살았고 농경이 시작된 것은 불과 1만 년밖에 되지 않는다. 인간이 수렵 채취를 하는 동안 부의 불평등이란 문제는 생길 수 없었다. 산나물이나 짐승의 고기는 며칠 지나면 상해서 먹을 수 없다.
그러나 농사를 지으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오랫동안 저장해 놓고 먹을 수 있는 곡물의 특성상 농사를 지어 부를 축적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처음 이에 성공한 사람은 이를 이용해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고, 더 많은 땅을 개간해, 더 많은 재물을 쌓았다.
18세기 중반 영국에서 산업 혁명이 시작되면서 다시 사정이 달라졌다. 이제는 토지가 아니라 신상품과 신기술의 소유자가 부를 창출하고 축적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칼 마르크스가 노동을 수탈하는 자본을 규탄하고 자본주의의 몰락을 예언한 것도 19세기 자본주의의 본산 영국에서였다. 그러나 그의 예언과는 달리 자본주의는 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200년 동안 영국 노동자의 실질 임금은 지속적으로 올랐다. 그 이유는 영국 노동자의 생산성이 2차 대전 직전까지 세계 어디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1960년대까지 미국은 남자만 공장에서 일을 해도 일가족이 편안히 먹고 살 수 있었다. 역시 미국 노동자의 생산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70년대 들어 지금까지 40년 동안 미국 노동자의 실질 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제2차 대전으로 유럽과 아시아가 폐허가 된 후 50~60년 대 미국은 전 세계 유일한 공장이었고 ‘메이드 인 USA’라면 어디서나 최고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70년대 들어 서유럽과 일본이 부흥하면서 이런 미국의 독보적인 우위는 사라졌다.
설상가상으로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공산권이 사라지면서 철의 장막에 갇혀 있던 동유럽과 구소련 수 억 노동자가 미국과 경쟁자의 위치에 섰다. 거기다 중국과 인도, 남미 등 사회주의 성향을 보이던 나라들까지 자유 경쟁 체제에 편입되면서 노동 인구는 수십 억 명이 늘어났다.
미국인의 수십 분의 1의 임금을 받는 이들이 만든 상품과 경쟁을 해야 하는 미국 노동자의 임금이 오르지 못하는 것은 세계화의 필연적 부산물이다. 자본과 노동의 힘의 균형이 자본 쪽으로 확실히 기운 것이다. 그럼에도 반 세계화 주창자들 주장대로 빗장을 걸어 잠그는 것은 해답이 되지 못한다. 미국만 고립될 뿐 제3세계와 구공산권 노동자들의 저가 상품이 세계 시장을 파고드는 것은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지난 주 국정 연설에서 부의 양극화를 우리 시대 최대 과제로 지적했지만 뾰족한 해법은 내놓지 못했다. 그가 행정 명령으로 연방 정부와 거래하는 기업 노동자의 최저 임금을 시간당 10달러로 올려봐야 혜택을 받는 사람은 1억이 넘는 노동자 가운데 수 십 만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모든 근로자의 최저 임금을 시간 당 100달러로 올려봐야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기업의 줄도산과 대량 해고만 불러올 뿐이다.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이 오르지 않는 것은 최저 임금이 작아서가 아니라 세계 경제 환경의 변화 탓이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자의 임금이 현저히 오르려면 다른 나라보다 현저히 생산성이 높아야 하고 그러려면 노동의 질이 현저히 개선돼야 하는데 그렇게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법 몇 개를 통과시킨다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선전하는 것은 정직한 태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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