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나에게 다양한 경험을 선물한다. 지난주에는 형님 부부와 우리 부부가 TVK 24의 ‘음악이야기’라는 토크쇼에 출연했다. 박 트리오의 연주를 들으며 한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준비하는 연말특집이었다.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나 역시 올 한해를 돌아보고 2014년을 계획할 수 있었다. 2013년을 정리하며 나에게 남은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면 당연히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내 음악의 뿌리가 되어주신 고국의 부모님, 나의 곁을 지켜주는 사랑하는 가족들, 음악을 통해 만난 수많은 스승과 제자들, 그리고 한결 같이 나의 음악을 사랑해주는 지인들,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한 한해였다.
‘박트리오’라는 이름으로 연주를 해 온 지 올해로 17년. 형님은 바이올린, 형수님은 첼로, 그리고 내가 피아노를 맡아 연주한다. 가족이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 함께 음악활동을 해와서인지 우리는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알 수 있다. 그래서 때로는 나의 연주로 이끌어 가기도 하고 때로는 상대의 음악에 나의 음악을 맞추려 노력한다. 그것이 바로 ‘앙상블(Ensemble)’이다. 프랑스어에서 시작된 이 말은 ‘균형과 조화’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음악에서 앙상블은 오케스트라나 합창 같은 대규모 앙상블과 실내악이나 중창단 같은 소규모의 앙상블로 구분된다. 물론 어떤 규모이든 균형과 조화가 필요하다. 만약 각 악기별로 자신의 소리만 드러내려 한다면 조화로운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없다. 때문에 독주가 아닌 이상 장르를 막론하고 연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앙상블’이다.
때로는 피아니스트인 아내와 듀엣으로 연주하기도 한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자 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 그리고 나와 훌륭한 앙상블을 이룰 수 있는 연주자가 바로 아내다. 얼마 전 아내와 연주한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아내의 친구들은 우리 부부의 눈빛에 대해 말이 많았다고 한다. 피아노를 치며 주고받는 눈빛이 결혼한 지 15년 넘은 부부의 눈빛이 아니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눈빛의 실체는 부부 이전에 함께 연주하는 사람들로서 음악에 대한 조화와 균형을 맞추는 교감이었다고 말해주었다.
음악은 마치 요리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식재료와 양념들을 적정량을 넣어야 맛있는 음식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음악 역시 많은 악기와 소리들이 서로 어우러져야 맛이 난다. 소금을 많이 넣으면 짜지고, 설탕을 너무 넣으면 달아서 먹기 힘들다. 바이올린만 세게 연주해도, 피아노만 앞서 가도 안된다. 모든 것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앙상블은 연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가 속해있는 가정이나 직장, 더 나아가서는 사회나 국가 그 어디에든 꼭 필요하다. 때문에 조화롭게 균형을 맞춰 사회인으로서 앙상블을 이루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숙제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존중하고, 함께하는 구성원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내 소리를 낮추어 다른 이들과 앙상블을 이루어야 한다.
한 해를 보내고 다시 한 해를 맞이하게 된다. 나는 앙상블을 잘 이루었나 돌아보게 된다. 이기심, 자부심, 욕심, 교만 때문에 조화를 해치지는 않았는지, 한해를 마무리하며 새해에는 보다 나은 ‘앙상블 메이커’가 되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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