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면서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자식과 골프’라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정말 우리 권한 밖의 일은 생명의 시간일 것이다. 사실 내일 우리가 이 신문지면의 뉴스를 읽고 있으리라고 자신있게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김난도 교수는 인생을 80년으로 보면 지금 마흔 후반에 가까운 내 나이의 시간은 하루 중 오후 3시쯤이라고 했다. 요즘은 100세 시대라고 하니 조금은 더 이른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인생의 시계에 상관없이 우리의 마지막은 항상 열려 있다.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 대학을 졸업하는 젊은이들을 향해 남긴 ‘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마지막 말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금 급변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메아리로 남아 있다. 또 600년 만에 처음으로 교황의 자리를 내놓고 퇴임한 추기경 베네딕토 16세는 추기경들에게 신임 교황을 지지하면서 오케스트라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내게 가장 와 닿는 마지막 말은 어느 미국인의 고백이다.
이 분은 대학생 딸을 비행기 사고로 잃었다. 자식을 평생 가슴에 묻고 사는 그에게 가장 큰 위안은, 죽은 자녀와의 마지막 전화통화에서 나눈 마지막 말이 ‘사랑한다’ 였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읽은 후, 오늘도 내가 나누는 말이 정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사랑의 언어를 찾게 되었다. 대학에 가서 떨어져 있는 딸, 아침에 출근하는 남편 그리고 친한 지인에게도 생뚱맞은 사랑한다는 말을 애써 내 생활 속에 집어 넣어보려고 한다. 내 인생의 시계에서 3시쯤 서 있는 나는 하루가 다 간듯하면서도, 아직 하루가 남아 있는 듯한 묘한 3시의 이 귀한 시간에 그동안 어색하기만 했던 사랑의 언어와 친숙해지기를 바라는 작은 소망들이 어쩌면 이 ‘여성의 창’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고 인생의 후반기를 준비하며,낯선 누군가와 사랑의 언어를 나누는 귀한 시간이 될 것 같다는 기대와 설레임을 가져본다.
한희영씨는 한국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했고 1997년 미국으로 왔다. 현재 재미한국학교북가주협의회 부회장과 새하늘한국학교 고문, 교사(중급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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