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건물 재사용 조례 시행
▶ 시의회 심의 없어도 전환
▶ 주택 수천가구 추가 공급
▶ 업계는 “인센티브 더 필요”
LA시가 빈 상업용 건물의 주거 전환 문턱을 대폭 낮추면서, 만성적인 주택 부족과 장기화된 오피스 공실 문제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도심 곳곳에 쌓여온 공실을 ‘주거 자산’으로 전환하는 정책 실험이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시행된 ‘시 전역 적응형 재사용(Adaptive Reuse) 조례’는 기존보다 주거 전환 건물에 대한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종전 규정이 1975년 이전 건물, 그것도 다운타운 중심에 한정됐다면, 새 조례는 건축 후 15년이 지난 상업용 건물까지 시의회 별도 심의 없이 시 직원 승인만으로 주거용 전환이 가능하도록 했다.
과거에는 시의회 심의와 공청회, 까다로운 환경 영향 평가를 거치느라 착공 시기를 예측조차 할 수 없었지만, 앞으로는 시 지침만 충족하면 담당 직원의 승인만으로 즉시 용도 변경이 가능해진 것이다. 사실상 절차 리스크를 줄여 사업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실제 개발은 이미 시작됐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제이미슨 프로퍼티스는 도심 외곽 고층 오피스 빌딩을 약 700가구 규모 아파트로 개조 중이다. 회사 측은 “예측 불가능한 승인 절차가 가장 큰 장애물이었는데, 그 위험이 제거됐다”고 밝혔다.
셔먼오크스의 옛 선키스트 본사 건물도 95가구 주택으로 바뀔 예정이다. 팬데믹 이후 사무실 수요 급감이 방향 전환의 배경이다. 새 조례는 사무실뿐 아니라 산업시설, 상점, 주차장까지 전환을 허용해 적용 범위가 넓다. 웨스트우드, 올림픽 블러바드, 사우스 LA, 벤투라 블러바드, 항만지구 등 상업지대 전반이 대상이다.
오피스 업계에 따르면 LA 전역에는 5,000만스퀘어피트가 넘는 빈 오피스 공간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LA시 도시계획국은 1999년 다운타운 재사용 조례가 도심 주거 붐을 이끌었던 전례를 상기시키며, 이번 확대가 수천가구 추가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최근 LA 메트로권 중간 임대료가 2,167달러로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추가 공급은 임대시장 안정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변수도 적지 않다. 고금리에 따른 금융비용 상승, 자재비 부담, 노동력 불안, 그리고 고가 부동산 거래에 부과되는 ULA(United to House LA) 세금은 여전히 사업성의 걸림돌이다. LA시가 2023년부터 시행한 ULA 세금은 부담 요인으로 지목한다.
500만달러 이상 부동산 매각 시 4%, 1,000만달러 초과 거래에는 5.5%의 추가 양도세가 부과돼 고가 상업용 빌딩 거래에도 적용된다. 건설업계에서는 이 세금이 투자 회수 구조를 악화시키며 신규 주택 전환 사업의 수익성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절차 완화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세제 감면이나 인센티브 도입 필요성을 제기한다.
결국 관건은 속도와 수익성이다. 공실 빌딩을 얼마나 빠르게 주거로 전환해 체감 가능한 공급 확대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가 이번 정책의 성패를 가를 거란 설명이다.
한 주택시장 전문가는 “이번 조례는 LA가 수십 년간 방치해온 구조적 주택 부족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도시 전역 차원의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다만 절차 간소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금융·세제·임대시장 여건이 함께 개선돼야 실제 공급 확대와 임대료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실 오피스를 주거로 전환하는 흐름이 일시적 반짝 정책에 그칠지, 아니면 LA 도시 구조를 바꾸는 전환점이 될지는 향후 2~3년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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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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