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체중’에 더 많은 친절·관심…치료효과에도 영향 ‘과체중’엔 관련 없는 질병인데“살빼라”훈계로 모멸감
의사가 비만환자에게 종종 부정적인 편견을 보인다는 연구 보고서가 의료계에 조그마한 파문을 불러왔다.
■ ‘진료실 대화내용 분석’ 작은 파문의사가 비만환자에게 종종 부정적인 편견을 보인다는 연구 보고서가 의료계에 조그마한 파문을 불러왔다.
“의사들은 과체중이나 비만이 아닌 환자들에게 조금 더 친절하다.”최근 의료저널‘오비시티’에 게재된 한 편의 보고서가 의료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드리웠다. 주치의들이 뚱뚱한 환자에게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 편견을 드러내 보인다는 것이 보고서의 주된 내용이다. 이를 테면‘체중차별’이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이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존스 홉킨스의 연구원들은 200명의 고혈압 환자와 그들의 주치의 39명 사이에 오간 진료실 대화 내용을 녹취했다. 물론 녹취는 이들의 사전허가를 받은 상태에서 이뤄졌다.
환자들은 몸무게 문제가 아닌 고혈압으로 진료실을 찾았지만, 이들 가운데 28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과체중, 혹은 비만의 범주에 속했다.
정상체중을 지닌 환자들 이외에 120명은 신체 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비만이었고 60명은 BMI가 25~30인 과체중이었다.
질량지수는 킬로그램으로 표시된 체중을 미터로 표기된 신장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로 비만을 측정하는 척도로 사용된다. 이 지수가 25미만이어야 정상체중으로 간주된다.
조사 결과 환자들은 그들의 주치의로부터 거의 똑같은 대접을 받는 듯 보였다. 진료시간도 대충 비슷했고 논의된 내용도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녹취록을 정밀하게 분석한 결과 뚜렷한 차이가 발견됐다.
의사들은 정상적인 몸무게를 지닌 환자와의 대화에서 조금 더 따스한 관심과 공감을 표시했다. 이번 연구는 비교적 적은 대상을 상대로 진행됐지만 그 결과는 통계학적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 일반 내과학 조교수로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킴벌리 거준 박사는 “그렇다고 해서 의사가 뚱뚱한 환자에게 노골적으로 부정적이거나 거친 언사를 사용한 것은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단지 환자와 감정적 접속을 이루려는 노력이 상대적으로 다소 부족했다는 설명이 따라붙었다.
정상적 체중을 지닌 환자들과의 대화에서 의사들은 종종 우려와 관심을 보여주는 발언을 끼어 넣었다.
예를 들어 홍조현상을 겪었다고 털어놓은 여성 환자에게 “상태가 조금 나아지셨다니 다행입니다”라는 반응을 보이는 따위였다.
또한 전문의와의 진료 예약을 잡지 못해 애를 먹는 정상체중 환자에게는 “그런 일이 있으면 정말 짜증이 나지요”라며 맞장구를 쳐주기도 했다.
“다리에 난 수술자국 때문에 고민”이라는 또 다른 정상체중의 여성 환자는 주치의로부터 “고생하셨네요. 그래도 여전히 멋진 다리를 지니셨습니댜”라는 찬사를 듣고 입이 헤벌어졌다.
의사는 이어 “큼직한 못난이 신발이 요즘 인기예요. 봄철용으로 아주 근사한 못난이 신발을 한 벌 장만 하세요. 그러면 기분이 좀 나이지실 겝니다”라고 권했다.
이런 관심의 표현과 공감 표시는 그 자체로는 별 것 아닌 듯 들린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과체중이나 비만 환자와의 대회에서는 이런 종류의 사소한 관심의 표현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의사의 이런 말 한마디는 아무 것도 아닌 게 아니다. 그 자체로 상당한 무게와 영향을 지닌다.
의사가 관심과 공감을 표시해 주면 환자는 그의 지시사항을 더욱 충실하게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히 환자의 심리적 만족도가 개선되고 치료 결과도 양호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
거준 박사는 의사가 자신의 상태에 관심을 보이면 환자는 그의 처방을 군말 없이, 성심껏 따르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당뇨병 환자들은 친절한 의사의 ‘자상한 권고’대로 혈당과 콜레스테롤 조절에 바짝 신경을 쓴다. 이렇게 되면 임상적 결과가 전에 비해 개선되는 것은 정한 이치다.
반면 예일-그린핀 대학 예방연구센터 원장인 데이빗 케이츠 박사는 “담당의사로부터 체중과 관련해 비판적인 지적을 들었다는 과체중 환자들의 불만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고 밝혔다.
의사로서 환자에게 체중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상체중을 넘긴 환자들의 “도가 지나친 경우가 잦다”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체중과 전혀 관계없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아갔는데 몸무게를 빼라는 이야기를 귀가 아프게 들어야 했다는 푸념이 가장 많았다.
한 비만환자는 “두통으로 의사를 찾아갔더니 몸무게를 빼라는 훈계를 장황하게 하더라”며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편도가 부은 것과 과체중이 무슨 상관인지, 대뜸 체중부터 줄이라고 면박을 주는데 너무 화가 나고 창피했다”는 환자도 있었다.
의사들이 도움은 주려하지 않고 모멸감만 한가득 안겨주었다는 불만이다.
케이츠 박사는 “우리네 문화 전반에 과체중에 대한 편견이 존재한다”며 “의사들도 이런 분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모든 의사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들 역시 알게 모르게 사회적, 혹은 문화적 편견에 감염될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의사는 특별한 해법을 요구하는 당면한 의학적 문제를 다루도록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다. 요즘처럼 예방의학이 강조되는 시기에 눈에 보이는 문제를 외면하는 것도 어찌 보면 의사의 도리가 아니다.
하지만 비만은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다. 케이츠 박사는 “망가진 것을 수리하지 못할 때 전문 해결사들의 행동거지가 일반적으로 약간 불량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의사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케이츠 박사는 비만에 대한 의사의 반응을 너무도 잘 안다. 개인적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비만에 해당하는 몸집을 지닌 케이츠 박사의 조모는 병원 가기를 극히 꺼렸다. 의사의 잔소리가 지긋지긋하다고 했다.
병원을 찾아갈 때마다 의사는 그녀가 찾아온 이유가 무엇이건 상관없이 몸무게를 물고 늘어졌다. 그녀는 손가락질을 하고 침을 튀겨가며 비만 성토에 열을 올리는 의사를 만나기가 “죽기보다 싫다”고 했다.
결국 조모는 병원에 발길을 끊었다. 이 무렵 유방암이 생겼지만 말기가 될 때까지 치료를 받지 못했다. 조기 발견을 하지 못해 병을 키운 셈이었다. 케이츠 박사의 조모는 50대에 사망했다.
케이츠 박사는 “비만에 대한 편견은 우리의 문화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며 “이를 치료하는 유일한 방법은 의과대생과 의사들에 대한 훈련과 재교육을 강화하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술은 인술이 되어야 한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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