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나 차를 만들 때 항상 습관적으로 두 컵을 만들던 난 요즘 한잔만을 만들고 있다. 책을 읽고 있는 도중, 문득 내 귀를 습격하는 정적은 나를 불안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게 만든다. 한번 의식하게 된 정적은 내가 노래를 켤 때까지 내 귀에서 울린다.
동생은 배도 안고픈데 자꾸 먹게 된다고 한다. 나도 어제 늦은 점심 밥 한그릇을 비우고도 왠지 속이 휑해서 토스트 하나를 바로 구워먹었다. 딸기잼을 바른 토스트와 블랙커피를 마시려고 주전자에 물을 올리면, 또 커피 한잔만 끓이려다가 커피는 쓰다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동생에게 커피우유같이 단 커피를 만들어주겠다고 나선다. 우리는 요즘 허전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엄마가 한국에 가셨기 때문이다.
몇년 전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라는 책을 집은 적이 있다. 영어로도 번역되고 오프라 윈프리의 추천도 받는 등 세계적인 찬사를 받아온 책인 만큼 나도 기대가 컸다. 역시 첫문장부터 쉽게 몰입했지만, 나는 결국 몇 장 밖에 읽지 못하고 책을 내려놓아야 했다. 더 이상 읽기 싫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가 등장인물이 눈물을 글썽이기만 해도 코가 시큼하고 뜨거워져 눈물이 차오르기 전에 고개를 돌려버리는 나는 책을 읽을 때도 감정몰입이 쉽게 된다. 실비아 플라스의 <벨자>처럼 끝내기가 힘들어서 굼벵이처럼 몇달이 걸려 읽는 책이 있는가 하면, <엄마를 부탁해>처럼 시작한지 얼마 안돼서 감당 못하고 손에서 놓는 책들이 있다. 엄마를 잃어버린다니! 끔찍한 이야기가 아닌가. 왜 지금 이 책을 생각하게 되는 것인지, 나는 어쩔 수 없이 엄마를 과잉보호하는 경향이 있다.
엄마가 한국에 잠깐 다녀 오시는 사이, 우리는 엄마가 꽉꽉 채워두신 냉장고를 야금야금 비워갈 것이고, 밤에는 불을 있는대로 다 켜놓고, 문은 잠궜는지 두세번씩 체크를 할 것이다. “엄마, 엄마도 커피 마실래?”하면 환하게 “그래” 하시는 우리 엄마는 내가 가끔 물과 우유의 비율조절을 잘못해 맹맹한 커피를 건네도 맛있게 마셔주신다. 엄마가 떠난 지금, 할 일 없이 커피 한잔을 마시며 식탁에 앉아 있어도 평소 커피 한잔의 여유는 느낄 수 없다. 집이, 마음이 좀 허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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