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있는 조카에게서 오랫만에 전화가 왔다. 안그래도 보스톤 사고 때문에 조카들이 걱정이 되었었는데 모두들 잘 있다니 다행이다. 2000년 조기유학 붐이 막 일어날 무렵 나는 사랑하는 조카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알려주고자 방학 때면 데리고 와 어학연수를 시켜주었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조카 친구들이 한명씩 오게 되었고 짧은 기간동안 실력이 늘어서 한국으로 돌아가서는 학원을 두 단계나 뛰어넘었다며 입소문이 나는 바람에 방학 때면 한국에서 온 아이들로 늘 북적북적 지냈다. 그러면서도 우리 아이들까지 6-7명 되는 아이들의 스케줄을 하나하나 맞추어가며 과외활동까지 시켜주어 내 친구들은 나보고 ‘슈퍼 우먼’ ‘에너지 걸’이라고 부르며 극찬을 했었다. 힘들기는 했었지만 아이들을 워낙 좋아하는데다 내 아이를 키우듯 야단칠 때는 치면서 함께 시간을 보냈던 아이들이 그후로도 ‘이모’라 부르며 연락해주고 모두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니 참으로 보람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또 우리 아이들과도 서로 오고갈 때마다 만나고 연락하며 지내고 있어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고 느낀다. 홈스테이를 떠올릴 때마다 웃지 않을수 없는 일이있다. 어느날 책상에 앉아서 식단과 여러명의 아이들의 방과후 스케줄 등을 짜고 있는데 “넌 그게 그렇게 재미있니?" 하고 남편이 물었다. “당신은 스케줄을 쫘~악 짜놓고 그게 하나하나 순서대로 이루어져가는 기분을 모를거야” 하고 평소 계획없이 살고 그나마 세웠던 계획도 last minute에 자기 기분에 따라 바꿔버리는 성격을 꼬집듯 말해 주었다.정말로 나는 빡빡하게 짜여진 일정을 하나씩 하나씩 해나가면 뭔가 어려운 일을 해낸 것 같은 성취감 같은 쾌감을 느끼곤 한다.
그러면서 남편에게 “난 스케줄 관리를 너무 잘하니 다시 태어나면 연애인 매니저가 되어야겠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남편은 다시 태어나면 새가 되고 싶다고 한다. 평소 운동 좀 하라고 해도 삼보 이상 걷는 게 싫다는 사람이 하루종일 날갯짓하며 창공을 날겠다고?? 한번 더 쏘아붙여줄라고 하는데 다음말이 더 기막힌다. "그래 너 또다시 태어나서 또 나랑 결혼해라!”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을 던지고 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내가 중얼거린 말 "OH!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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