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교에 책 전달 가다가 자살폭탄 테러로 아프간 여성들 돕고 싶어 7월부터 자원 근무
지난 8일 아프간 카불의 미국대사관에선 제임스 커닝엄 대사를 비롯한 전 직원이 참석한 추모식이 열렸다. 연단에 선 커닝엄 대사의 어조도, 참석한 모든 사람들의 표정도 침통했으나 성조기가 가득한 벽을 배경으로 단상 옆 대형 사진 속의 주인공은 활짝 웃고 있었다. 앤 스메딩호프 - 6일 새로 생긴 아프간의 한 초등학교에 기증받은 책들을 전달하러 가다가 탈레반의 자살폭탄테러로 피살당한 25세 미 여성외교관이다. 이날 테러로 스메딩호프와 함께 미 육군소속 재미한인 엔지니어 신현길씨(본보9일자 보도)와 미군 3명 등도 숨졌다.
앤에게 외교관은 ‘천직’이었다고 그녀의 부모 톰과 메리 스메딩호프는 유가족 성명을 통해 말했다. 아프간은 3년차 외교관 앤에겐 2번째 근무지였고 자원한 곳이었다면서 앤의 부모는 딸을 잃은 슬픔을 누르고 담담히 전했다.
“앤은 특히 아프간 사람들과 직접 일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전쟁으로 찢겨진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도울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있었습니다…앤이 자신이 사랑하는 일, 세상을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일을 도우며 조국에 봉사했다는 사실에 우린 앤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위로를 받습니다”
활동적인 앤 스메딩호프는 삼엄한 경비 속에 요새화된 미 대사관 영내에 갇혀 살아야 하는 것을 답답해했다.
존스홉킨스대학을 졸업하자마자 3년 전 국무부에 들어온 앤은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7월 아프간 카불로 옮겨왔다. 자살폭탄이나 로켓공격으로부터 안전히 보호받는 대사관 영내 생활은 그러나 앤이 원했던 것이 아니라고 가족과 친구들은 전한다. 그녀는 늘 전쟁에 시달리는 아프간 국민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그들을 돕고 싶어 했다.
토요일이었던 지난 6일 앤은 마침내 원했던 기회를 얻었다. 아프간 자불주 칼라트에 신축된 초등학교 개교식에 참석하는 자불주 주지사 일행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한 미국단체에서 기증한 책들을 전달하는 것이 그녀의 임무였다.
그들 일행이 탈레반 테러리스트의 기습을 당한 것은 오전 11시 경이었다. 자살폭탄테러였다. 무장 차량을 타고 가다가 돌진한 트럭의 차량폭탄 테러에 희생당했다는 것이 1보였으나 앤의 일행은 학교근처에서 도보로 가다가 습격당한 것으로 정정되었다.
그들은 근처 공군기지에서 학교까지 걸어가고 있었는데 불과 몇 분 거리였지만 헬멧을 쓰고 군인들의 에스코트를 받고 있었다. 이날 테러로 사망자 외에 국무부 관계자 및 아프간 미디어등 10여명이 부상당했으나 주지사는 무사했다.
이번 스메딩호프의 죽음은 지난해 9월 리비아 벵가지에서 J.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대사 등 5명이 피살된 후 첫 번째 미 외교관 순직이다. 삼엄한 경비가 더욱 강화된 카불의 미 대사관 내 분위기는 마치 압력솥 안처럼 긴장이 팽팽했고 너무 젊은 나이에 너무 어처구니없게 희생된 아까운 인재의 죽음이 던진 충격의 여파가 깊게 스며있었다.
시카고 근교 변호사 딸로 태어난 앤은 고교시절에도, 존스홉킨스에서 국제학을 전공하던 대학시절에도 ‘사회 정의’에 관심이 깊었던 뛰어난 모범생이었다. “집중력 강하고 침착하고 절제된 성품으로 두려움을 모르고 말보다는 실천이 앞서는 친구였다”고 앤의 대학동기들은 애석해 했다. 공보담당 외교관이었지만 앤은 늘 아프간 국민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했다. 특히 탈레반 압제에 시달리는 아프간 여성과 어린 소녀들에 대한 관심이 높았고 그들의 인권향상을 위해 도움이 될 길을 적극 모색했으며 아프간 여성들이 마음 놓고 거리를 걸을 수 있도록, 아프간 소녀들이 마음 놓고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아프간의 재건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도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2주전 자신이 아프간을 방문했을 때 방문일정을 담당하고 안내했던 똑똑한 젊은 외교관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외교관이 가져야할 모든 자질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 스마트하고 유능했으며, 조국을 위해, 그리고 아프간 국민들의 보다나은 삶을 위해 봉사하려는 열정이 넘쳐났었습니다…한 용기 있는 미국인이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학생들에게 책을 통한 배움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나섰다가 이 나라를 다시 어둠과 죽음으로 내몰려는 비겁한 테러리스트와 맞부딪친 것입니다”
케리 장관은 스메딩호프의 봉사는 ‘비겁한 허무주의’의 도전에도 불구, 아프간에서 계속될 미국의 중요한 노력의 한 예라고도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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