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타민D 없이 보조제 먹으면 심장마비 위험 30%↑ 흡수 안된 잔여물 혈관벽에 붙어 혈액순환 방해 탓 우유·두부·브라컬리 등 식품 통한 칼슘공급이 최고
■ “폐경기 여성들 칼슘 보조제 복용 자제해야” 권고
현대인은 약을 신봉한다. 건강에 문제가 있다 싶으면 우선 약부터 복용한다. 하긴 그리 잘못된 생각이 아니다. 많은 질환들, 특히 전염성 질환은 항생제, 항진균제, 항바이러스제 등의 약품으로 다스릴 수 있다. 그렇지만 세상은 넓고, 약에 쉽사리 굴복하지 않는 질환은 많다. 거대 제약사들이 쏟아내는 약품만으로는 좀처럼 해결을 볼 수 없는 고약스런 증상이 하나둘이 아니다. 이들은 대부분 미국인들의 생활방식, 그 중에서도 특히 식생활과 관련된 만성적 건강문제들이다. 무엇을 먹고 마시느냐, 혹은 안 먹고 안 마시느냐에 따라 발생하는 건강 이상이다.
미국은 베이비부머 1세대가 70 고지인 ‘고희’를 바라보는 등 빠른 속도로 ‘노령화 사회’로 진행하고 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우리네 삶이 생로병사, 즉 태어나 나이 들고 병들어 숨지는 인생 주기의 후반부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인생 후반전은 의료비 지출이 많다는 특징을 지닌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70줄을 바라본다는 것은 결국 연방 정부의 노인 건강보험인 메디케어의 재원이 엄청난 압박을 받으며 고갈 시점을 향해 진행하고 있음을 뜻한다.
고령자의 의료비 지출이 많은 가장 흔한 건강문제 가운데 하나가 골다공증이다.
뼈의 손실과 골절을 막아주기 위한 치료에는 만만치 않은 경제적 부담이 따른다. 또한 치료가 어려울 뿐 아니라 부작용도 심하다. 병 자체보다 부작용이 더 심할 수도 있다.
어느 병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골다공증은 치료보다 사전예방에 주력하는 것이 좋다.
뼈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은 거의 예외 없이 건강보조 식품과 비타민 D 정제를 구입한다.
칼슘과 비타민 D는 성장기에 뼈를 만들어주는 미네랄이다. 인간의 평균수명이 80~90세로 늘어났기 때문에 성인이 된 후 이들을 정기적으로 섭취해야 뼈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러나 칼슘과 비타민 D 정제 복용이 뼈를 튼튼하게 만들어 준다는 믿음에 균열이 일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예방의학 특별대책반은 폐경기 여성들에게 칼슘 보충제와 비타민 D 복용을 자제할 것을 권했다.
예방의학 특별대책반은 135건 이상의 관련 연구를 검토해 본 결과 칼슘 보충제가 건강한 여성의 골절을 방지해 준다는 증거는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게다가 몇몇 연구결과는 칼슘 보조제가 심장마비 위험과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높인다는 주장을 담고 있었다. 한마디로 칼슘과 비타민 D 보조제가 뼈의 건강에 그다지 기여하지 않을 뿐더러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까지 일으킨다는 얘기다.
정부 단체의 발표이다 보니 폐경기 여성들은 이들을 계속 복용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난감한 입장에 빠졌다.
반면 낙농업자들은 그것 보라며 쾌재를 불렀다. 이들 연구는 다른 요인과 결합해야만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조건부 증거’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가장 안전하고 풍부한 칼슘 공급원이 낙농식품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필수 미네랄에 해당하는 칼슘의 하루 권장치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양의 낙농식품을 매일 섭취하는 미국인 성인은 거의 없다.
음식물을 통해 하루 권장량의 칼슘을 섭취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비중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40년간 미국의 우유 소비량은 급감했다. 설탕이 가미된 소프트드링크가 대세를 이룬 탓이다. 같은 기간 비만과 당뇨병 발병률이 급상승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20세를 넘어서면 뼈 손실이 뼈 조성을 앞지른다. 나이가 들수록 뼈의 밀도가 떨어지고 부실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유를 많이 마시는 것이 뼈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유감스럽게도 미국의 남녀성인이 마시는 우유는 하루 한 잔에도 못 미친다.
요구르트의 온스당 칼슘 함유량은 우유보다 높다. 최근 들어 요구르트의 인기가 높아지긴 했지만 하루 한 개 이상을 마시는 미국인은 남녀를 불문하고 극소수에 불과하다. 물론 하루 한 개로는 필요한 칼슘 섭취량을 충족시킬 수 없다.
이제까지 아이스크림이 누려온 부동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는 프로즌 요구르트의 칼슘 함유량은 일반 요구르트의 절반 수준으로 아이스크림보다 조금 높다. 프로즌 요구르트와 아이스크림은 넌팻 밀크보다 칼로리가 훨씬 높다.
이외에 칼슘이 풍부한 식품으로는 두부와 칼슘을 보강한 오렌지주스, 두유, 우유에 쌀가루를 넣어 끓인 라이스 밀크, 뼈를 발라내지 않은 연어와 정어리 통조림, 아몬드, 케일과 브라컬리 등을 꼽을 수 있다.
칼슘은 오래 전부터 심혈관 시스템을 보호해 주는 효과를 지닌 것으로 여겨졌다. 실제로 칼슘은 혈압을 낮추고 심장질환의 주요 원인인 고혈압 위험을 줄여준다.
칼슘 보조제를 둘러싼 논란은 15건의 연구 논문을 재분석한 오클랜드 대학의 마크 볼랜드 박사에 의해 점화됐다.
볼랜드 박사는 칼슘의 체내흡수를 도와주는 비타민 D없이 칼슘 보조제만 복용하면 심장마비 위험이 30%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여성 건강옹호단체인 ‘위민스 헬스 이니셔티브’의 논문을 재분석, 비타민 D 없이 칼슘보조제를 복용한 여성의 경우 심장마비 위험이 24% 높아졌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반면 지난해 12월 시애틀의 프레드 허친슨 캔서 리서치센터가 발표한 논문의 내용은 이와 사뭇 다르다. 하루 1,000밀리그램의 칼슘 보조제와 400 IU의 비타민 D를 꾸준히 복용하는 폐경기 여성 3만6,282명을 상대로 7년에 걸쳐 장기 추적조사를 실시한 결과 골반 골절위험이 35% 감소한 반면 심장마비 증가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JAMA 연구팀이 50세에서 71세 사이의 남녀 38만8,229명을 평균 12년간 관찰한 바에 따르면 칼슘 보조제가 남성의 심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률을 20%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심혈관 질환 사망위험 증가가 남성 흡연자들 사이에서만 발견됐다는 점이다.
JAMA 연구원들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음식물을 통해 공급되는 미네랄은 천천히 인체에 흡수되는 반면 칼슘 보조제의 경우 완전히 흡수되지 않은 채 체내에 남겨진 잔여물이 혈관 벽에 들러붙어 혈액순환을 가로막음으로써 심장마비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원들은 칼슘 보충제를 둘러싼 논란은 추가 연구를 필요로 한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음식물과 운동을 통해 인체에 충분한 칼슘을 공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 골다공증재단은 그러나 이미 골다공증을 앓고 있거나 골절상을 당한 50세 이상의 여성은 칼슘 보조제를 꾸준히 복용할 것을 권했다. 이로 인한 위험보다는 혜택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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