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어드라이어·응급 사이렌·잔디깎기·딱총 소리 등 일상적 생활소음에 장기간 노출 때도 청력 훼손 심각 청각장애 미국인 5,000만명 중 15%가 어린이들‘충격’
■ 청력 약화 세월 탓만 할 일 아니다
나이가 들면 청력이 감퇴한다. 귀 안쪽에 위치한 모세포가 훼손되기 때문이다.“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옛말처럼 세상만물 그 어느 것도 시간의 파괴력과 마모력을 피해 가지 못한다. 하지만 귀가 잘 안 들리는 것을 그저 나이 탓으로 돌려선 안 된다. 시간의‘횡포’ 이전에 스스로의 부주의로 청력을 망가뜨리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인간이 지닌 모든 기능은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오작동을 하거나 아
예 작동불능 상태에 빠진다. 청각도 마찬가지다. 청력은 한 번 망가지면 그걸로 끝이다.
청각 상실과 관련한 책을 펴낸 캐서린 보턴은미국인 가운데 5,000만 명가량이 청각장애를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 중 12~15%는 학교에다니는 연령대의 어린이들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이들 대부분이 일상적인 소음에 노출된 결과로
영구히 귀가 닫혔다는 점이다.
보턴은 “많은 사람들이 청력을 망가뜨리고 싶어 안달을 내는 것처럼 보인다”며“ 일상적인 심한소음으로부터 전혀 귀를 보호하려는 들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소음이 심한 작업장 환경은 법으로 규제하지만일상의 소음을 단속하는 규정은 거의 없거나, 설사 있다고 해도 효과적으로 집행되지 않는다.
생활공간에서 우리가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소음원은 하나 둘이 아니다. 포터블 CD 플레이어에서부터 락 콘서트, 헤어드라이어, 비상차량 사이렌, 잔디 벌초기, 거리나 정원의 낙엽을 치우는데사용하는 리프 블로워, 진공청소기, 자동차 알람에 이르기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우리는 시끄러운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소음의 수위는 해를 거듭할수록 올라간다. 보턴은캔사스대학 학생회관의 내부 소음은 전기톱이 돌아가는 소리보다 더 요란스럽다고 전한다. 그 소음 속에 갇히면 곧바로 귀가 멍멍해진다.
요즘 새로 문을 연 요식업소들은 거의 예외 없이 시끄럽다. 업주들이 떠들썩한 분위기를 매출증가의 비결로 파악한 데서 비롯된 결과다.
이 때문에 신장개업한 음식점, 혹은 사운드 레벨을 극대화하기 위해 내부수리를 단행한 업소에들어가면 소란스럽고 왁자지껄하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사람과도란도란 대화를 나눌 수 없을 정도다.이런 장소에 장시간 앉아 있는 것은 ‘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귀는 대단히 섬세한 청각기관이다. 귀 안으로들어온 음파는 고막을 두드려 진동을 일으키고이 진동은 내이, 즉 귀 안쪽의 달팽이관으로 전달된다. 그곳에서 진동은 체액에 실려 깔끔하게 열을 지어 늘어선 모세포에게 넘겨진다. 모세포는접수한 진동으로 청각신경 섬유를 자극하고 여기서 나오는 신호가 청각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돼아기의 울음소리, 방귀소리, 가까이 접근하는 자동차 엔진소리 등으로 해석된다.
청각기관 훼손은 소리의 크기와 노출시간의 합작품이다. 요란한 굉음과 소리 자체는 그리 크지않아도 우리가 만성적으로 노출되는 소음은 섬세하기 그지없는 귀 안의 모세포에 치명타를 가한다.사람은 누구나 제한된 수의 모세포를 지닌 채태어난다. 모세포는 평생 단 한 개도 추가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모세포가 망가지면 소리의 세계가 영구히 사라지게 된다.
모세포가 훼손되면 제일 먼저 고주파수 소리를포착하지 못하고 곧이어 일상대화의 주파수가 잡히지 않는다.
토론토 대학 청각 전문가인 로버트 해리슨 박사가 최근‘ 소아학 국제저널’에 기고한 논문에서 지적했듯 소음에 대한 노출은 청각에 부정적인 누적효과를 낸다.
잘만 관리하면 모세포는 평생 쓰고 남을 정도로 충분하다. 그러나 귀에 되풀이해서 가해지는일상의 소음은 이들을 파괴시켜 결국 청각장애를 불러온다.
락 뮤지션과 락 콘서트에 열광하는 매니아 팬들가운데 상당수는 청력이 좋지 않다. 반복적으로상당수준의 소음에 노출된데 따른 부작용이다.소리의 크기를 재는 단위가 데시벨인데 청력에문제를 일으킬 정도의 소음은 85데시벨부터 시
작된다. 85데시벨은 헤어드라이어, 혹은 블렌더로커피원두를 갈 때 나는 소리 수준이다.
이 때문에 미시간 소재 헨리 포드 웨스트 블룸필드 하스피틀 이비인후과 과장인 마이클 세이드만 박사는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할 때 반드시 귀마개를 착용할 것을 권한다.
개스로 작동되는 잔디 벌초기, 비상차량의 사이렌 소리가 들릴 때에는 손으로 귀를 막는 것이소중한 모세포의 훼손을 막는 방법이다.정기적으로 사격연습을 해야 하는 사람이나 모터사이클 주자, 스노 불로워와 리프 블로워, 압축공기 드릴과 전기톱 사용자는 귀 보호에 각별히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나 이들보다 훨씬 위험한 ‘청각 훼손기’로는 포터블 뮤직 플레이어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뮤직 플레이어 애용자는 대개 볼륨을 최고조로 높여서 듣는 버릇이 있다. 이 때의 데시벨은제트기의 이륙 때 발생하는 소음과 맞먹는다. 이
렇듯 심각한 소음에 장시간 고문을 당한 모세포는 기능을 상실하고 만다.
귀 안에 이어버즈(earbuds)를 꽂거나 헤드폰을끼고 주변의 소음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뮤직 플레이어의 볼륨을 키우면 모세포는 치명타를 맞게된다. 이는 ‘청각적 자해’의 수준을 넘어선 ‘청각적 자살행위’에 해당한다.
세월에 장사 없듯, 매에도 장사 없다. 요란스런소음에 장시간, 정기적으로 노출된 청각기관은 무시무시한 살인 펀치에 난타당한 복서처럼 넉아웃되게 마련이다. 문제는 이런 과정이 되풀이되면영원한‘ 청각 사망’에 이른다는 점이다.
해리슨 박사는 꼭 필요하다면 이어버즈보다는헤드폰을 이용할 것을 권한다. 또한 이어버즈는귀 안에 꽉 끼도록 밀어 넣지 말아야 한다.어린아이들의 장난감 중에도 귀에 해로운 제품들이 수두룩하다.
‘아메리칸 스피치-랭기지-히어링 어소시에이션’은 장난감 가운데 딱총, 말하는 인형, 경적과 사이렌 소리를 내는 자동차, 워키토키, 누르면 삑삑 소리를 내는 고무오리 등을 청력을 해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물로 분류했다.
협회 측 조사에 따르면 장난감 사이렌과 삑삑이 고무오리의 소음수준은 90데시벨 정도다.협회 관계자들은 장난감을 고를 때에는 정상적인 청력을 지닌 보호자가 반드시 소음 수준을 검사해야 하며 시끄러운 장난감은 절대 사주지 말
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구입한 시끄러운 장난감은 건전지를 빼버리거나 소리통인 스피커를 테입으로 막아버리는게 상책이다. 장난감보다는 아이의‘ 귀’가 더 귀하다.
< 뉴 욕 타 임 스 특 약 기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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