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이맘 때 서울은 한미 자유무역 협정(FTA)을 반대하는 시위로 소란스러웠다. 그해 2월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FTA 재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를 폐기하겠다고 외쳤다. 민주당은 “예상되는 바와 같이 우리가 4월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면 한미 FTA 폐기를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이 협정은 종료될 것”이라 밝혔다.
한명숙 당시 민주당 대표는 “날치기 통과된 매국 협상은 원천무효“라며 발효 중단을 촉구했고 민주당 전·현직 의원과 예비후보 100여명은 미국 대사관을 향해 가두 행진을 하고 이종걸·정범구·김선동 의원이 대사관에 들어가 서한을 전달했다.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발효 전날인 3월14일 청계광장에서 1,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미 FTA는 경제 주권을 미국에 내다 파는 ‘제2의 경술국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집회에 참석한 민주통합당 정동영 의원은 “정부가 도둑고양이처럼 한미 FTA를 발효한다 해도 이를 폐기하고 경제 정의를 세우려는 국민의 결단을 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 민주노동조합 총연맹(민주노총)은 한미 FTA 발효를 즉각 중단하고 협정을 폐기하라고 촉구하고 이것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4ㆍ11 총선에서 정부와 여당을 심판하고 전 민중적 항쟁을 벌인 뒤 한미 FTA 청문회에 대통령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한국농민연대도 “한미 FTA는 농업과 농민, 농촌에 대한 사형선고”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이 협정이 국회 체결을 앞두고 있던 2011년 11월에는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를 중심으로 2,000여 시위대가 여의도 국회 의사당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의 물대포로 실패했다. 통진당의 김선동 의원이 이 안의 국회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의사당에 수류탄을 투척하자 재야 좌파는 그를 ‘제2의 안중근’이라 부르고 FTA 교섭을 추진했던 김종훈은 ‘제2의 이완용’으로 매도했다.
그럼에도 FTA안이 통과되자 그해 12월 청계광장에서 열린 ‘한미 FTA 무효화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통합민주당의 원혜영 공동대표는 내년 4월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한미 FTA를 폐기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한 한미 FTA가 15일로 발효된 지 1년이 지났다. 이 기간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538억 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2.67% 증가한 반면 대미수입은 391억 달러로 7.35% 감소했다. 이로 인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102억 달러에서 147억 달러로 44% 급증했다. 전체 무역수지 흑자가 239억 달러에서 299억 달러로 24.8%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2배에 달한 셈이다. 같은 기간 대중국 수출은 0.1% 증가했으며 유럽 수출은 11.4% 감소했다.
한미 FTA 발효 이후 외국인 직접투자도 전년의 21억 달러에서 113.6% 증가한 45억 달러를 기록했다. 소비재는 아몬드(-12.3%), 와인(-11.5%), 오렌지·포도주스(-8.6%), 승용차(-3.4%) 등 7개 품목의 가격이 내렸다. 피해가 예상되던 농산물의 경우 대미 수출은 7.0% 증가한 반면 수입은 오히려 16.8% 감소했다.
물론 한해 성적을 가지고 FTA의 성공과 실패를 이야기하기에는 이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협정 반대자들이 외치던 FTA 망국론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분명히 밝혀졌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이 협정 비준과 발효를 앞두고 극렬한 언어로 반대 투쟁을 벌였던 이들이 잠잠해진 것이 그 증거다.
FTA가 보장해주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총성 없는 전쟁’으로 불리는 국가 간의 산업 경쟁에서 조금 유리한 고지에 서게 해줄 뿐이다. 일본도 우리보다 뒤늦게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관계(TPP)라는 이름으로 부랴부랴 미국과의 자유 무역을 추진하고 있다.
위대한 한국 국민은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FTA 폐기 세력을 응징함으로써 한국이 다시 한 번 경제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아직은 하늘이 한국을 버리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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